본문 바로가기

연희동 일기

(1068)
#. 연희동 일기(1,054) 2023년도 반이 지나가는 날, 유월 그믐날 세 군데의 급여를 받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을 만든 내게 우선 책임이 있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음을 어떻게 일일이 얘기를 할 수도 없으니 늘근 꼰대의 잘못이라 해두자. 물론 그 이면에는 나 자신이 가슴 아프고 눈물 나는 현실이 있다. 그나마 이번에 근무를 시작한 곳은 집에서도 가깝고 5월에 일차 면접을 보고 합격을 했지만 오늘 퇴직을 한 소장님이 곧은 분이라 5월 말일까지라고 구인날짜를 적시해 기다릴 수가 없어 역시 합격을 하고 바로 출근을 원한 데로 가는 통에 말일에서야 연락을 받고 며칠 근무한 데서 다시 옮기지 못하는 의리를 지켰지만 결과적으로는 별무소용이 되고 또 한 군데를 돌아 여기 연락을 받고 근무를 시작해..
#. 연희동 일기(1,053) 이틀 째 근무를 마치고 아침 퇴근을 했다. 아침 8시 교대를 할 때 교대자가 하는 말이 정시에 교대를 하자고 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출근도 10분 전까지 퇴근은 정시에 자리를 비우고 나가자는 얘기다. 그러자고 대답을 하고 나왔지만 나는 참 불편하다. 내가 동작도 느리지만 나는 일찍 퇴근해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전에 집에서 다닐 때도 일찍 퇴근해 가면 늦게 일어 나는 마눌때문에 조심조심해서 아침을 먹어야 했고 지금은 일찍 가야 우선 한잠을 할 일 밖에 없어 주로 학습관에 들러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야 하는 게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내가 조금 늦게 퇴근한다고 교대자를 불편하게 할 이유도 없고 또 마냥 늦는 것도 아니고 십여분에서 이십여분 사인데 어떻게 그렇게..
#. 연희동 일기(1,052) 오늘은 비가 내려 더위가 한풀 꺾였다. 아침 출근을 했는데 이틀 치 급여를 준다고 계좌번호를 달라고 하는 자기도 그만두겠다고 했던 기전과장의 안면몰수를 보고 짐을 챙겨 다 들 수가 없어 한 가지를 남기고 숙소로 가지고 왔다. 14년째 이 생활에 별의별 못된 대우를 받아 봤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도대체 4일 만에 그만두라는 이유도 없고 뽑을 때 관리소장의 면접도 희한하더니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사람에게 관리소장이 전화를 해 어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데 계약서도 쓰지 않았으니 이틀 치 돈을 줄 테니 그만두라고 했다. 그래 다시 아파트로 가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제일 근무가 오래되었다는 오십 대 영선담당이 끼어들어 똑바로 말하라고 쌍욕을 하기 시작을 했고 관리소장이 그것도 통제를 못하..
#. 연희동 일기(1,051) 오늘 안식일에 휴무날이라 두 주 만에 예배를 드리러 와 학습관에 잠깐 들어왔다. 엊그제 세상 뜬 친구동생의 발인날인데 웬만하면 가봤을 테지만 요 며칠 직장문제로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어제 전화만 하고 SNS에 잘 가란 인사와 애틋함을 표했더니 여러 친구분들의 조의와 인사를 대신 받고서 접시꽃 팔아 출세한 모 시인이자 국개의원 생각이 나고 망자인 동생이나 형제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 막내 동생이 그래도 형님 고맙습니다 해 더 미안했고.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망자의 형인 친구도 몹쓸 병(파킨슨병의 일종, 몸전체의 기능과 말까지 퇴화되고 있음)이 든 지 5년이 지나 그나마 톡을 보내던 게 이제 글자치기도 힘들다고, 지 말대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 가까운 시일에 혹여 형제를 문상하는 일이 생길까 싶어 ..
#. 연희동 일기(1,050) 일하러 가는 데마다 적응을 못하고 피해 나오는걸 이제 그만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물론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지금껏 내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내가 하는 만큼 상대의 행동이나 대꾸를 바랐기 때문이라는 걸 실감을 한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생각을 바꾸면 그만큼 지내는 게 나아질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내가 몸담은 직업군의 행동 수준이 세상 평균보다 조금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어느 분야든 정도의 차이뿐 마찬가지라고들 하니 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게 나를 위하고 동료들을 위해 좋은 방향일 테다.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돌고 돌아 겨우 이만큼 깨달았으니 내 머리가, 어려서 부터 고교입학시험 때까지는 단순기억력이 좋아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헛 똑똑이였을 뿐이다. 그리고 좀 전에 영등포시장역에서 만나 ..
#. 연희동일기(1,049) 어제부터 오늘 아침 일곱 시 반까지 근무를 하고 퇴근을 해서 한 시간이 넘게 걸어 연신내역에서 3호선을 타고 을지로 3가 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 홍대입구역으로, 여기 마포평생학습관으로 왔다. 어제 월요일 대체공휴일이라 토요일에 이어 혼자 근무를 했는데 관리사무소 일반전화 작동을 제대로 못해 사단이 나고 말았다.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지금 다른 아파트에서나 어디서도 사용을 안 하는 키폰이라는 전화를 사용해 내가 숙지를 못해 일이 벌어졌다. 내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로 내가 바보가 되는 게 화가 나고 어제 관리소장님과 통화 시에도 얘기를 했지만 적어도 일반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전화는 누구라도 착신전환이나 해제를 할 수 있는 기기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생활을 10년이 넘게 한 내가 제대로 못하는 착신전..
#. 연희동 일기(1,048) 오늘 아침부터 기온이 올라 무덥다. 아침 퇴근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려고 인근 종로세무서에 가서 직원들의 도움으로 사십여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세법에 따라 계산을 했겠지만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고 더군다나 우리 마나님은 반찬 가지러 집에 간 내게 퉁명스러운 행동을 해 내려오다 전화통화 중 왜 그러냐 물으니 이번에 일도 열흘이 넘게 쉰 데다 사십여만 원 세금을 내라 해서 그런다고. 그럼 벌어먹으려고 갖은 갑질에 시달려도 기를 쓰고 버티는 서빙은 무어냐, 차라리 나를 死시켜라 하고 톡을 보내고 말았다. 일반 국민들이나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적어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종합소득세를 내는 걸로 알고 있다 겨우 300만 원 이하 월급쟁이에게, 그도 정규직도 아닌 용역회사..
#. 연희동 일기(1,047) 그제 세 번째 격일 근무 중 오후에 돌아온 신대방 아파트에 어제 가서 근무자를 바꿔 주면 다른 자리 찾을 때까지 있으려 했는데 마다해 오전 약속된 아파트 면접을 보고 정독도서관에서 일기를 올릴 겸 세 시간을 보내고 잔디정원을 지나 거의 다 나왔는데 전화가 왔다. 조계사 옆 아파트에서 면접을 본 분의 합격전화였고 내일 10일부터 근무를 하라고 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한국미술관의 그림전시를 둘러보았다. 몇 해 전인가 어느 그림전시에서 뵈었던 연상의 여성화가가 카톡으로 전시를 알려 잠깐 들렀는데 남성 화가 한분과 두 분이 자리를 지켜 아마도 나를 기억을 못 할 테지만 인사를 나누고 두 분 그림 앞에 선 사진도 찍어 드리고 나와 신대방동에 가서 소지품을 배낭과 가방 두 개에 담고 일언반구도 안 하고 경리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