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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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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열 보통 두 달에 한번 머리를 깎는데 이번에는 석 달이 지나고서야 이발을 했다. 여기 옥탑에서 가까운 큰 교회옆에 이발소가 있고 가격도 요즘 말로 착한 오천 원이다. 이사 온 지 칠 개월인데 처음 올 때는 근무지 방향이라 지나치기는 했어도 이발소 머리를 깎은 지 오래라 망설여졌고 근무지를 옮기고는 지하철역으로 나가는 골목의 반대편이라 더 멀어졌다. 엊그제부터 아내도 그러고 내보기에도 싫어 깎으려고 바로 집 앞 남자미용사의 미용실에 가려해도 십일월 면접 가는 길에 들어갔을 때 남자미용사고 예약제로 한다고 해 며칠을 봐도 문도 닺히고 전번도 없어 어제 이발소에 가니 휴일이었고 드디어 오늘 오천 원 이발소에 가서 기다리다 깎고 왔다. 미안해서 천 원을 더내고 왔는데 정작 이발사 분은 나처럼 작은 키에 무릎아래 반..
옥탑방 일기. 아홉 - 내일이면 안다네.
옥탑방 일기. 아홉. 지난 일기에 올렸던 문배동에서의 근무가 그다음 날로 끝이 나고 갔던 남부터미널 아파트에서 세 번째 날인 토요일 23일 출근해 일 때문에 휴일출근을 했다는 여소장에게서 근무하기 힘들겠다고 오후 네시까지 근무하고 들어 가라는 얘기를 듣고 짐을 싸가지고 돌아왔다. 대개의 경우 최초계약인 삼 개월 전 해고를 하더라도 적어도 며칠의 기간은 주는데 사람이 없어 네 명 정원에 두 명만이 근무를 하는데도 그런 못된 짓을 당했다. 꼴난 관리사무소 소장의 소위 인사권이라는 걸 지맘대로 휘두른 것이다. 다음 근무날인 월요일이었으면 주민들 보는데서 한바탕 소란이라도 피워 분풀이라도 했겠지만 여자하고 싸우는 것도 창피하고 기도 막혀서 그냥 오고 말았다. 그리고 일기에 올려 톡으로 보내 그나마 분풀이라도 했지만. 큰 잘못도 없이..
옥탑방 일기. 여덟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한 상도동 옥탑방에 산지가 6개월이 지났다. 연희동 우리 동네 반지하 원룸에서는 베란다 창문으로 지상을 볼 수는 있었지만 항상 습기가 있었는데 옥탑은 문을 열면 바로 하늘을 볼 수가 있고 습기는 없다. 재개발 사업 중인 동네라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로 밖을 볼 수 있는 건 좋다. 9월에 이사를 해서 뜨거운 여름을 나 보질 않아 한여름 더위가 실감은 안되지만 연희동 우리 집이 2층이고 최상층이라 한여름 더위가 심한데 옥상에 덧지은 가건물 옥탑이니 대강 더운 감은 온다. 그리고 집에는 에어컨이라도 있어 낮동안 햇볕을 받아 저녁에 내뿜는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지만 옥탑방에는 에어컨도 없어 선풍기로 견뎌야 한다. 겨울에도 춥다고 했어도 혼자라 보일러 틀고 전기담요로 지내는데 그리..
옥탑방 일기. 일곱 더위가 남아 있던 9.17일에 이사를 왔던 동작구 상도동의 옥탑방에서 가을을 보내고 꽤 추웠던 지난겨울도 보내고 오늘 立春을 맞았다. 8월 15일에 연희동 삼거리 반지하 원룸을 비워주고 그렇게 싼 방을 구하지 못하고 한 달여 보내다 너무 힘들어 우연히 들여다본 정보지에서 월 20만 원짜리 장승배기역 부근 옥탑방을 보고 마침 그때 다니던 아파트도 대방동이라 바로 찾아가서 보고 아내와 같이 가서도 봤는데 다른 데를 더 보자고 해 반지하와 2층 두 군데를 보고 아내는 2층방이 맘에 들어 계약을 하자고 해서 계약을 하고 주인 할머니게 오래 비워놓아 지저분해 청소를 해달라고 했다가 거절을 해서 그러면 나는 싫다 하고 나와 처음 내가 보았던 옥탑방으로 결정, 내가 살 곳이니 내 맘에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계..
옥탑방 일기. 여섯 지난 9.17 일부터 나 홀로 살림을 시작한 나의 보금자리 상도동 장승배기 옥탑방에도 늦여름에 시작해 가을이 가고 이제 겨울이 왔다. 한여름을 나 보질 않아 얼마나 더운지는 모르고 겨울도 처음이라 추위의 강도를 몰라 그냥 긴장만 하고 있다. 다만 난방을 시작하고 느낀 점은 보일러를 가동하면 바닥은 따뜻하다는 것이다. 연료비 걱정 안 하고 보일러를 틀면 추워 못 견딜 일은 없지만 전기와 도시가스계량기가 따로 없어 아래층 2층집과 함께 부담을 한다는데 이틀에 하루 그도 거의 저녁에만 있어도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어차피 월세고 모두 아내가 감당을 하니 알아서 잘 해결을 하겠지. 내 문제나 해결을 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여기 근무지는 내일 12.1일 자로 끝이라 오늘 오후에 전농동까지 가..
옥탑방 일기. 다섯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기온도 내려가고 겨울이 다가오는데 늘근소년 가슴이 내려앉아 혼란의 연속이다. 미사여구로 흘려봐야 속마음은 결국 잊혀감에 대한 응석이 아닐까 싶고. 그래도 밥은 꾸역꾸역, 잠도 외려 더 자지만 깨어 있는 시간에 쓸데없는 생각을 이어가니 제일 힘이 드는 건 나 자신이지만 이제 단편이라도 털어놓을 상대도 없고 들어줄 여유가 있는 상대도 없다. 외려 상대가 내게 도움을 청할 나이가 아닌가 말이다. 오 년 전에 강습을 받고 바로 치른 시험에 떨어지고 계속 치른 시험도 그렇게 몇 점 차이로 떨어지다 코로나 때문에 시험이 중단이 되었어도 5년이란 시간에 그거 한 가지 습득을 못하고 다시 응시신청을 했다. 꾸준히 강의내용을 숙지를 해야 하는데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본 적이 없어 길게 책장을 ..
옥탑방 일기. 넷 아침 기온이 내려가 쌀쌀한 기운을 안고 퇴근을 했다. 우선 옥탑에 들러 소지품 정리를 하고 동작도서관에 두 번째 와서 습관적으로 일자리 탐색을 하고 이제 일기를 쓰는데 역시 모니터를 올려놓은 UV살균소독기 때문에 고개가 위로 꺾여 무척 불편하다. 서울시내 교육청 소속 도서관 여러 군데를 다녀 봤지만 이렇게 모니터를 설치한 데가 없고 지난봄에 잠깐 근무를 했던 영등포 소재 오피스텔 방재실에서 살균소독기가 아닌 받침 위에 모니터를 올려놓은 경우를 보았지만 그때는 그냥 책상바닥에 내려놓고 사용을 했었다. 한데 이상한 것은 처음 오던 날도 그랬지만 오늘도 아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모니터 앞에 앉아 이용을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공짜로 쓰는데 무슨 말이 많으냐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왕 서울 시민들을 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