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젊은이들도 취직을 못하는 세상에 그래도 지난 년말까지 화려하고 번듯한 직장은 아니었지만 다닌 내가 아닌가. 나이도 많고 많은 꼰대가 기초생활수급자의 세배정도(이번에 친척동생이 신청해보라고 해 알았음, 신청하지는 않았고 생각도 없음)는 벌었고,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도 없이 두개의 관리자와 경력만 가지고 다녔으니 내 힘으로는 할만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년말 계약종료통보를 받고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한 후 부터 네번의 면접을 보고 한군데도 합격을 못한 어제 오후 네시가 지나고 두어시간 업무시간 종룍가 가까워지니 내 스스로 얼굴이 벌개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시간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추운 날씨에 홍대 AK앞 '윗잔다리어린이공원' 한구석에 서서 아내가 담아준 닭볶음에 400ml 팻소주를 다 마시고 간신히 몸을 추스려 2호선과 7호선을 갈아 타고 장승배기역에 내려 한참을 걸어 동광교회옆 옥탑방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있던 소주한컵을 더 마시고 잠이 들었고 자정무렵 깨어 한참을 있다 다시 잠이 들고 여섯시 무렵 깨어 일어나 아마도 두어 달 만에 쌀씻어 밥솥에 불려 밥을 했다. 수년을 해오던 성경읽기와 쓰기도 오늘은 안하고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보내던 톡도 스톱하고.
아침을 먹고 어디로든 나가 보자. 엊그제 저녁에 전화를 해서 그시간에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냐던, 나중에 고교후배라고 오늘 자기 근무날 전화할테니 그렇게 알라던 전화가 올지도 모르지만 이제 면접을 봐도 기대를 하지는 않으련다. 그자리에서 출근결정이 되지않는 한 말이다.
내가 버겁고 부끄러운 아침이다.
(홍대앞에 오년반을 살 때 술마시는걸 싫어 하는 아내때문에 추운겨울에도 가끔 마시던 공원이다)
-2026.1.8 옥탑방에서.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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