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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며칠 전에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더니 오늘은 영하로 내려가고 지금도 기계실을 나가 지상으로 올라가니 바람도 차고 해는 쨍해도 몹시 춥다. 한 번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에 그 뒤로 다시 내려가 견디기가 조금 어렵다. 내일도 춥다니 안식일 예배드리러 가는 길이 아쉽다.

 

- 쉬흔 번째 이야기.

 

1998 여름에 이경시장 가게를 비워주고 1999 이경마트 內 아내가 하던 월세점포도 마트주인이 바뀌어 비워 주고 2000년도에 시작해 겨우 먹고살던 이문동 외대정문에서 가까웠던 작은 가게도 2001 겨울부터 아이의 문제와 함께 2002년부터 생계유지도 힘든 데다 집안문제가 이어져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 가게를 아내에게 맡기고 그때까지 거의 해보지 않은 월급생활이 시작이 되어 지금까지 22년이 되었다. 이렇게 오래 하게 될지도 몰랐고 그저 하루하루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 먹고사는 일에 정신이 없었다. 내 지나온 삶의 최대 단점인 앞을 내다보는 요즘 말로 정무감각이 빵점이라 남보다 더 힘든 삶을 이어 가는 경우다. 적어도 몇 달 앞이나 일 년 후 아니면 몇 년 후나 그 이상도 내다 보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일이나 내달 앞도 생각을 못하니 내가 봐도 딱한데 생각은 있어도 실천이 안 되니 어떻게 하겠는가 그저 중간에 일손을 놓아 그나마 생계걱정이나 안 하고 살기를 바랄 뿐. 지나가고 나서야 생각하지만 이렇게 오래 시설관리를 할 줄 알았으면 하다 못해 공인자격증이라도 몇 개를 땄어야 하고 적어도 2,3년은 근무할 곳을 골라 정착을 해야 했다. 한 군데 4,5년 이상 7,8년 그 이상 20년에 가깝게 근무를 하는 이들도 봤지만 내가 가지고 태어난 성격상 내게는 어려운 이야기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작은 개인공장에서 정년퇴직을 하셨는데 나는 누구를 닮아 그런가 모르겠다. 체구도 당시로는 키도 크고 남자평균 체격이셨던 아버지, 아버지 성격을 닮은 아래 동생은 키는 아버지보다 조금 작지만 대학에서 기계공학 전공을 하고 우리나라 최고그룹 대졸사원부터 시작을 해서 정퇴까지 하고도 기술이 좋아 지금도 같은 분야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체구부터 우리 할머니(맏손주를 끔찍하게 아끼신 분께 죄송하지만)를 닮았고 할머니는 내가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셨던 그걸 내가 닮아 어려서부터, 고교졸업을 하고 군대생활을 겨우 마치고 서른넷에 장가들어 생계유지를 하기 전까지를 맏아들 노릇도 안 하고 그렇게 대책 없이 보내고 말았다. 내 평생의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과거다. 그나마 처자식을 먹여야 한 이후라도 부지런히 구직을 하고 일해 급여를 받고 비번 날에는 뚜벅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생활을 이어간 게 다행이다. 우리 아내는 언젠가 말끝에 언제 제대로 벌어본 적 있어했지만.  아마 교통비 부담이 없거나 적으면 팔도를 돌아다녔을 텐데 그걸 못하고 무료탑승을 하는 근교로만 다녀야 하는 게 아쉽다.

 

그렇게 계획 없이 이어진 시설관리 직업이 22년이 된 지금도 일자리 찾아 돌아다니는 일이 이어지는데 이제 전동료 말대로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게 정신건강이나 몸건강에 그나마 좋겠다. 자기 합리는 아니다. 유일한 내 장점인 솔직 담백일 따름이다.

그래 이 또한 지나가리라.

 

- 2024. 3.1. 일원동 근무지 아파트 기계실에서. "연희 나그네" -

 

D + 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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