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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오늘 설날 연휴 4일 차로 마지막 날이다.

우리 24시간 격일 근무자들은 명절개념이 없어 당일날 근무 차례가 되면 근무를 해야 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근무를 하고 보내고 오늘 나흘 중 두 번째 근무를 하고 있다. 지금은 제사를 廢해서 차례와 기제사 모두 지내지 않지만 엄마가 9년을 일반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당일에 형제들과 면회를 해야 하는데 나 때문에 당일에 못 가 뵙고 어제 점심 무렵 엄마면회는 못하고 병원 밖 식당에서 다섯 남매와 우리 아내 그리고 제수씨가 점심을 먹고 옆 커피집에서 서로 얘기도 나누고 헤어졌다. 막내 얘기로는 면회가 안 되는 줄 알았는데 9일과 10일에 면회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지났으니 어쩌겠는가.

 

-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

 

그렇게 정말 팔자에 없는 먹는장사, 그도 패스트푸드라는 내게는 생소한 장사를 시작하는 날 아침이 되어도 이름은 있으나 들어본 적도 없는 본사에서 재료도 사람도 나타나지를 않아 기다리다 못해 가게문을 잠그고 아내와 택시를 타고 사무소로 쳐들어 갔다. 이게 뭐 하는 짓들이냐 당신들 모두 사기로 고소하겠다 난리를 치르고야 재료와 직원이 가게로 와서 장사를 시작을 했다. 그래도 세평 가게에서 시작을 했어도 패스트푸드라고 치킨과 피자 그리고 돈가스와 햄버거 네 가지를 팔게 되는데 첫날 겨우 만드는 걸 가르쳐 주고 본사에서 식재료 제공도 못해 닭은 청량리시장 닭집에서 염지 된 걸 배달받고 피자 도우는 밀가루로 반죽을 해 직접 만들고 햄버커패티와 돈가스재료도 배달을 받아 만들어 팔았는데 피자도우 만드는 걸 본적도 배운 적도 없어 장사를 접을 때까지 애를 먹었다. 그렇게 시작한 장사가 처음에는 그 부근에 그런 가게가 없어 그럭저럭 유지를 했으나  닭을 튀기는 식용유가 5갤런 한통에 2만여 원을 했는데 그해 가을이었나 IMF가 터지고 두 배인 5만 원까지 올랐고 닭값과 모든 재료값이 오르고 그보다 더한 문제가 생겼으니 다름이 아니고 이경시장 입구 네거리에서 금은방을 하던 사람이 시장 김밥집에 다닐 때마다 우리 가게를 유심히 살핀다 싶더니 얼마 후에 업종변경을 했다. 그 자리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장사는 안되고 해서 업종변경을 생각 중에 우리 가게를 보고 이른바 벤치마킹을 한 거였다. 원래 건물주가 먹는장사는 못하게 하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오래 가게를 해서 예외로 허락을 했고 마침 BBQ라는 브랜드에서 규모나 자리에 상관없이 전국에 점포를 내주던 시기라 그 브랜드 이름을 걸게 되었고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당시까지 식용유로 튀기던 치킨을 BBQ에서는 더 싸고 구수한 동물성기름인 숏팅(식물성 식용유가 나오기 전 튀김에 사용)을 사용하기 시작을 했고 유명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우선 아이들 입맛에 좋아 그걸 선호하게 마련이었고 염지 된 닭도 보통 그냥 기름도 제거 안 하고 튀기는데 나는 일일이 기름을 제거했고 식용유도 5갤런 한통으로 평균 120마리를 튀기는걸 반으로 해서 60마리만 튀겨 팔았다. 그러니 담백하고 맛도 깨끗해서 어른들은 좋아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속을 모르고 브랜드 광고도 하고 구수한 동물성 기름에 튀긴 게 맛이 있어 찾게 마련이었다. 그렇게 식재료원가가 거의 두 배로 오른 데다 손님도 뺏기니 무슨 장사가 되겠는가 서서히 장사가 안되다 나중 어느 날은 한두 마리씩 팔릴 때도 있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비싼 월세도 밀리기 시작을 해 결국 10개월 월세가 밀려 가게주인에게 더 월세 부담도 못하고 문을 닫겠다 통보를 하고 가게문을 닫았다. 보통 당시에는 가게들이 일 년 계약을 했는데 장사가 잘되면 바로 월세를 올려 그걸 방지한다고 이 년 계약을 해서 그게 덫이 되었다. 그리고 몇 달 뒤 가게가 나가 이천 보증금에서 육백만 원을 제하고 나머지를 받았으니 작은 자본으로 시작을 했던 우리에게 손해가 너무 많았다. 부천 역곡에서 8년 동안 장사를 해서 장사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아내와 둘 다 장사머리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 오늘 여기까지.

 

오늘 저녁이 지나고 이제 내일부터 일상으로 돌아 간다. 이렇게 또 한 살을 먹고 일터에서의 임기가 줄어들었다. 어찌 되든 버텨보자. 그 길 뿐이다.

 

- 2024. 2. 12. 설날 연후가 끝나는 날에.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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