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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그제는 봄이더니 어제는 비가 내리고 바람도 불어 다시 겨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날은 개었으나 기온은 내려가 쌀쌀해도 봄은 가까이 왔다.

- 마흔아홉 번째 이야기.

그렇게 가게를 비워 주고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더 큰 문제는 자신감을 잃었다는 거였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는 무기력증에 취해 날을 보내기를 거의 일 년을 보내게 된다. 그동안 처음에는 문제의 처남 회사에서 운영하는 마트의 화장공사가 끝이나 점포 한 칸을 받아 아내가 아동복을 운영했지만 매상도 신통치 않았고 나는 동사무소에서 IMF 실직자를 위한 공공근로 3개월을 하고 이렇다 할 경제활동도 못하고 집에서 지내는 생활이 계속되었으니 아내 눈치도 보이고 가장의 입장이 말이 아니게 되었어도 원래 없는 추진력이 생길 리도 없고 그렇다고 결혼초에도 그랬지만 누가 일이나 생활에 도움을 줄 친구나 지인도 없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기간이 이어지다 마트가 회사 소유에서 개인에게 매매되어 아내가 하던 아동복가게도 비워주고 둘 다 실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이문동 외대 정문 앞 먹자골목에 있던 부동산에 그전부터 아내가 다니면서 우리 사정얘기를 하고 싸고 좋은 가게가 나오면 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그분한테 연락이 온 거다. 건물과 건물사이 보통 열쇠가게나 차리는 작은 공간이 비어 있었는데 너무 작아 얘기를 하지 않다 사정이 딱한 거 같아 얘기를 꺼내더란다. 그래 아내가 가보고 내게 얘기를 해 가보고는 그래 우선 밥이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둘이 가게 안을 흰 페인트로 칠하고 바둑판무늬 철제 걸이를 사다 걸고 옷가게를 시작을 했다. 가게 위치가 외대정문을 바라보고 왼쪽 인도 쪽이고 반대로 조금 내려가면 역시 왼쪽에 외대 앞역이라 유동인구는 꽤 많았고 먹자골목도 가까운 작지만 요지였다. 그리고 그때는 외대역 앞에 지하차도도 없었고 건널목이 있을 때라 차가 많이 다니지를 않아 가게 앞 차도에 자바라를 세 개까지 피고 당시에 유행하던 모자와 가방을 펴놓고 내가 관리를 하고 팔았고 아내는 자기 가게라고 토요일, 우리 안식일에는 가게를 닫았지만 내가 모자와 가방을 내놓고 팔았다. 겨우 밥벌이가 되는 정도였지만 내가 다시 일어난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일 년쯤이 지나고 그 뒤로는 생활비도 안되고 집안에 걱정도 생기게 된다.

- 오늘 여기까지.

난방도 끝이 나는 시기고 명절밑이라 민원도 없고 한가한 하루가 가고 있다. 오늘도 무사히 보내 고맙고 감사하다.

- 2024. 2. 16 일원동 근무지에서."연희 나그네" -

D + 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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