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옥탑방 일기

옥탑방 일기. 일곱

 

 

 

더위가 남아 있던 9.17일에 이사를 왔던 동작구 상도동의 옥탑방에서 가을을 보내고 꽤 추웠던 지난겨울도 보내고 오늘 立春을 맞았다. 8월 15일에 연희동 삼거리 반지하 원룸을 비워주고 그렇게 싼 방을 구하지 못하고 한 달여 보내다 너무 힘들어 우연히 들여다본 정보지에서 월 20만 원짜리 장승배기역 부근 옥탑방을 보고 마침 그때 다니던 아파트도 대방동이라 바로 찾아가서 보고 아내와 같이 가서도 봤는데 다른 데를 더 보자고 해 반지하와 2층 두 군데를 보고 아내는 2층방이 맘에 들어 계약을 하자고 해서 계약을 하고 주인 할머니게 오래 비워놓아 지저분해 청소를 해달라고 했다가 거절을 해서 그러면 나는 싫다 하고 나와 처음 내가 보았던 옥탑방으로 결정, 내가 살 곳이니 내 맘에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계약하고 살기 시작을 했다. 모두들 여름에 엄청 덥다고 했어도 그렇게 싼 방이 없는데 어쩔 거냐 정 여름에 못 견디겠으면 그때 다시 생각을 해보자 하고 가을 지나 겨울을 보냈지만 옥탑이라 더 추운 거 같지는 않았고 보일러 가동하면 방바닥은 따뜻했고 옛날집에 옥탑이라 찬바람이 들어왔지만 이틀에 하루 그도 주로 오후나 저녁에 들어가 지내는 시간이 길지 않아 견딜만했고 연희동과는 동네 분위기가 전혀 달라 적응이 늦었어도 내 고향 신길동 같은 느낌에 5개월이 지나니 정도 들었다. 다만 한 가지 반지하 일층 이층에서 옥탑으로 올라가는 시멘트계단 폭이 너무 좁아 올라 다니고 내려가는 게 몸양쪽이 닿을 정도라 그게 흠이었다. 그래도 비좁은 집에 아들과 함께 생활도 그렇고 내 공간이 일도 없으니 그런대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아야지 어쩌겠나. 연희동에는 상품포장  종이박스값이 헐값이 된 후로 줍는 분들이 거의 줄었는데 상도동에는 지금도 줍는 분들이 많아 그거 보는 게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아침 출근길 일하러 가는 연세 많은 분들이 많아 그도 아프고. 궁핍은 나라에서도 어쩌지 못한다고 예부터 그랬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저리다. 부디 몸이라도 아프지 말고 잘 건사들 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立春이라 하루 종일 따뜻했다는데 지하 1층 기계실에서는 실감이 덜하고 낮에 잠깐 민원처리하러 올라갔을 때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내려왔다. 이제 저녁을 먹고 비상대기를 하도록 하자.

- 같은 날 같이 근무를 하는 동료는 내가 불편한지 내가 입사한 1.1일  같이 점심을 먹고 그 후로는 평일 점심은 일일근무자 셋과 다섯이 함께 먹고 저녁은 따로 먹고 이렇게 휴일에는 점심 저녁 따로 먹고 대기실도 따로 있기는 하지만 각자행동을 한다. 어제 나와 교대하는 동료 얘기가 공감이 갔던 게 그가 다른 동료들과는 말을 잘하는데 기사님도 말을 잘하고 많이 해 부담스러운가 보다고. ㅎ ㅎ ㅎ.

 

- 2024. 2. 4. 立春날 오후 근무가 끝이 나고. "연희 나그네" -

'옥탑방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탑방 일기. 아홉.  (4) 2024.03.31
옥탑방 일기. 여덟  (5) 2024.03.17
옥탑방 일기. 여섯  (0) 2023.11.30
옥탑방 일기. 다섯  (2) 2023.10.19
옥탑방 일기. 넷  (2) 202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