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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옥탑방 일기. 넷

 

 

 

아침 기온이 내려가 쌀쌀한 기운을 안고 퇴근을 했다.

우선 옥탑에 들러 소지품 정리를 하고 동작도서관에 두 번째 와서 습관적으로 일자리 탐색을 하고 이제 일기를 쓰는데 역시 모니터를 올려놓은 UV살균소독기 때문에 고개가 위로 꺾여 무척 불편하다. 서울시내 교육청 소속 도서관 여러 군데를 다녀 봤지만 이렇게 모니터를 설치한 데가 없고 지난봄에 잠깐 근무를 했던 영등포 소재 오피스텔 방재실에서 살균소독기가 아닌 받침 위에 모니터를 올려놓은 경우를 보았지만 그때는 그냥 책상바닥에 내려놓고 사용을 했었다. 한데 이상한 것은 처음 오던 날도 그랬지만 오늘도 아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모니터 앞에 앉아 이용을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공짜로 쓰는데 무슨 말이 많으냐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왕 서울 시민들을 위한 시설이고 많든 적든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니 이 정도 의견이야 표현해도 되지 않겠나. 문제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하거나 해도 소수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보다 문제는 연희동 숙소를 비우고 한달여 잠자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부터 시작된 우울증이 이 동네 옥탑방을 구해 해결이 되었어도 가시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니 이 노릇을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경제적으로, 세 식구 사정으로 힘에 부쳐도 기를 쓰고 버텨냈는데 모든 일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나아질 기미도 없어 그저 다 놓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런 얘기를 일기나 SNS에 비추면 정도의 차이뿐 모두들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산다고 한다. 유독 내가 힘들어한다는 뜻이라 더 어려워지니 막막하다. 

기온은 내려 갔어도 하늘은 참 파랗고 맑다. 

공짜 전철이라도 타러 갈까.

 

- 2023. 10. 5 동작도서관에서. 그래도 마포가 편한데 수리를 한다고 해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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