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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옥탑방 일기. 여덟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한 상도동 옥탑방에 산지가 6개월이 지났다. 

연희동 우리 동네 반지하 원룸에서는 베란다 창문으로 지상을 볼 수는 있었지만 항상 습기가 있었는데 옥탑은 문을 열면 바로 하늘을 볼 수가 있고 습기는 없다. 재개발 사업 중인 동네라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로 밖을 볼 수 있는 건 좋다. 9월에 이사를 해서 뜨거운 여름을 나 보질 않아 한여름 더위가 실감은 안되지만 연희동 우리 집이 2층이고 최상층이라 한여름 더위가 심한데 옥상에 덧지은 가건물 옥탑이니 대강 더운 감은 온다. 그리고 집에는 에어컨이라도 있어 낮동안 햇볕을 받아 저녁에 내뿜는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지만 옥탑방에는 에어컨도 없어 선풍기로 견뎌야 한다. 겨울에도 춥다고 했어도 혼자라 보일러 틀고 전기담요로 지내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이 지나갔다. 곧 다가올 여름도 견뎌봐야지.

오늘 여기 근무지 네 번째 출근을 했는데 교대하는 동료의 억지에 앞으로 견딜 수 있을까 신경이 쓰이고 나처럼 기전기사를 하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땄다는데 이런 경우의 과장을 두 번째 함께 하는데 작년 초에 근무했던 아파트 기전과장도 외려 보통의 기전과장하고 다르게 어쭙잖은 갑질을 하려 들어 관리소장의 눈 밖에 나고 내게도 과장대우를 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여기 이번 과장도 기본적인 인성이 없는 거의 `듣보잡` 수준을 만났다. 두 번의 경우 모두 아주 젊지도 않은 환갑을 바로 지난 사람들인데 우습지도 않은 경우다. 엊그제 얘기를 했던 관리소장 말대로 그 정도면 같이 교대근무가 어려울 텐데 박기사님은 나이도 있으니 베풀고 있어라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여기도 최소한 한 달 여유는 주어야 사람을 구하지 않겠나 했다. 어찌 되었든 지난주 면접을 봤던데서 채용의사를 통보받아 내일 가보기로 했으니 가보고 결정을 해야겠다. 아니다 싶으면 서로 빠른 결정이 좋으니.

어제는 아내 생일이었지만 결혼 후 처음으로 전화도 안하고 지나갔다. 결혼기념일과 생일은 한 번도 잊고 지내 지 않았는데. 13일에 미국에서 1978에 이민을 가서 지금껏 형제 장가보내고 사는 누이와 매형이 당분간 국내에서 살아 보겠다고 귀국을 했다. 어제 병원에 계신 엄마를 면회하러 김포 양촌 양곡에서 동생이 모시고 올라와 누이들과 병원의 막냇동생 하고 처음 만났는데 아내는 모른 척 연락도 안 하고 지내 나도 이번에는 놔두고 보려고 한다. 나도 7월이면 4년을 혼자 생활해 밥 차려 먹는 게 이제 지겹고 힘들다. 일하는 것도 일터에서 받는 대우도 견디기 점점 힘들고. 

 

이렇게 또 하루 일요일 근무가 지나 간다.

 

- 2024. 3. 17. 문배동 근무지에서. "연희 나그네" -

 

D + 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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