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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사흘째 몹시 춥다. 올 겨울 들어서 한참을 기온이 내려가지 않고 더울 정도의 날씨가 이어지다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바뀜과 동시에 한파가 몰아쳐 오늘도 꽤 추운 날이다. 어제 새 근무지에서 처음으로 휴일 근무를 마치고 오늘 아침 퇴근을 할 무렵 업무일지를 가지고 올라 오라는 전화를 받을 때 내가 퇴근을 그때까지 안 해서 가는 길에 가지고 오라고 하나보다 하고 올라갔더니 관리소장이 할 말이 있어 불렀는지 소장실로 불러 앉히고 심각한 얘기를 꺼냈다. 아 이양반도 역시 보통의 그들이 하는 행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고 그냥 간단하게 얘기하고 퇴근을 했다. 지난주 나를 채용할 때는 시원하게 해 아 조금이라도 젊은 분이라 믿고 있어 봐도 되겠구나 했지만 역시 부질없는 생각이었고 그래 잘 생각해 보자 하고 나름 다시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들 연말 기운에 들떠 몰려다니는데 그러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지만 언제나 이 방황이 끝날 것인가 기가 차다. 

 

- 마흔네 번째 이야기.

 

그렇게 서른넷이 되어 빈손으로 결혼을 했으니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둘이 같이 고생을 했던 부천 역곡 소사동 다가구주택의 반지하층 단칸방에서 공동화장실 사용을 하고  꼬박 5년을 살고 아들이 국민학교(입학 당시에는 국민학교, 사 학년에 초등학교로 개명)에 입학을 하던 해에 두 칸짜리로 옮겼으니 작은 부엌에서 씻고 밥 해 먹고 아들 키우고 참 인고의 세월이었다. 그 동네 부천시 소사구 소사동, 가게는 괴안동으로 이사하기 전 부천 심곡동에서의 이년을 더해 7년의 단칸방 생활을 한 아내에게 너무 미안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그 산언덕 배기의 다가구 주택(지금은 그 옆에 부천시 소사구청이 들어서 있음)에서 괴안동 조공시장까지 걸어 다녔는데 아침 늦게 일어나, 밤에 늦게 장사를 접고 올라갔으니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잠도 많았고 늦게까지 저녁도 못 먹고 빈속에 한잔을 하고 올라가 저녁을 먹고 서 잤으니 일찍 일어나지 못했고 아침 늦게 잠을 깨 간신히 밥을 먹고 내려가 장사 시작을 하면 점심시간이 지나 아내가 점심밥을 가지고 가게로 내려오는 생활을 8년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더군다나 알루미늄  새시로 지붕과 앞면 유리문만 있고 옆면은 포장이었으니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벌판이나 같았다. 명절에 동생네 네 식구가 창원에서 올라오면 동생과 나 둘이 가게가 있던 시장통에 하나 있던 여관으로 내려가 잠을 잤다. 그렇게 지난한 세월을 보내고 살아남은 우리 아내가 가엽고 그렇게 자라 아직도 바른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살고 있는 아들도 안쓰럽기는 매한가지인데 언제나 이 힘든 세월이 지나갈 텐가 모르겠다.

 

- 오늘 여기까지.

 

- 2023. 12. 18 그래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일으키고 나갈 것이다.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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