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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오후부터 맑던 하늘이 흐려지는 걸 보고 저녁을 맞았는데 오늘 또 비가 내리고 있다. 퇴근을 하고 일단 마포학습관으로 와서 컴 앞에 앉아 한 시간 반이 지났다. 오늘은 그제에 이어 장승배기 부근으로 어제 아내가 가계약을 한 숙소를 보러 가야 하는데 역시 비가 계속 내린다. 청승맞게.

 

- 마흔두 번째 이야기.

 

 

1982. 2. 20일쯤일 테다. 당시에는 3월 5일 신학년이나 신학기를 앞두고 학년을 마치는 봄방학이 있을 때였으니.

5.16 광장이라 부르던 여의도 광장, 영등포 쪽 서울교에서 마포 쪽 서울대교 입구까지 넓고 길게 아스팔트 포장을 해서 아마도 유사시 비행기 활주로로 쓸 목적으로 여의도를 개발할 때 조성한 광장이다. 국군의 날 행사나 종교행사 그리고 그 무렵에는 평일에 일부를 수경사 헌병대에서 오토바이부대의 신병 훈련장으로도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시내에 지금처럼 공원이나 놀이시설이 고궁 외에는 전무할 때라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그리고 공휴일이나 명절연휴 등등에는 그 넓은 광장이 시민들로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던 곳이다. 놀이 시설이라야 자전거와 네 바퀴 달린 롤러스케이트뿐이고 군데군데 떢볶이나 어묵을 파는 리어카뿐이었어도 서울시내 곳곳에서 놀러 오는 사람들 천지였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빌려 주는 대여업도 자연발생적으로 군데군데 한 군데당 서너 명씩 모여 영등포 KBS 쪽에 십여 군데, 그리고 마포 순복음교회와 서울대교 쪽으로 십여 군데가 장사를 해 구청에서 단속반이 나오면 양쪽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전부 치워야 했고 단속반이 가면 다시 갖춰 놓고 장사를 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마침 5공이 자리를 잡아가고 당시 전통의 동생인 전경환이 새마을 운동본부 사무총장을 할 때 어떻게 줄을 잡았는지 자전거업자 중 허우대 멀쩡한 사람이 새마을본부에 술을대 여의동광장 자전거와 롤라스케이트 대여업자들을 새마을운동 봉사대원으로 등록을 하고 광장가운데 알루미늄박스를 설치 "여의도광장 새마을봉사대" 간판까지 달고 자신은 봉사대장을 맡았다. 그리고는 장사를 하는 인원모두 제복을 맞춰 입히고 아침이면 모여 회의도 하고 청소 등등 광장의 질서유지를 회원들 모두 돌아가며 했다. 매달 회비도 걷고. 그렇게 해서 일단 구청의 단속을 피하게 되었지만 대장과 그 아래 간부(ㅎ)를 맡은 그 추종자들의 으스댐이 우스웠지만 생계가 걸린 문제라 다들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예외가 바로 나였는데 뚜렷한 계획도 없이 그냥 나는 여기 오래 있지 않을 테니 대원도 안 하고 제복도 안 입어하고 유일한 별종 행세를 하였다. 봉사대가 발족한 4월 이전에는 나 혼자만 UCLA 글자가 찍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나가 멀리서도 그걸 보고 우리 자리를 찾아왔는데 누구 생각이었는지 대원들 모자를 빨간색으로 하고 노란 새마을마크를 달아 그 뒤로는 나의 빨간 모자의 눈에 뜨임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들 그 대장의 따라쟁이들에게 나는 거북한 존재로 남게 된다.

 

- 오늘 여기까지.

 

비는 계속 내리는데 장승배기로 어제 아내가 가계약을 한 숙소를 보러 가야 한다. 생활이 바뀌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내가 얼마나 지나야 익숙해질까 걱정되고 또한 지금 근무지에서 얼마나 있게 될지도 늘 변수가 있으니 그렇고.

 

- 2023. 9. 15 여기 마포평생학습관이 익숙한데 거기 동작은 어떨지.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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