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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67)

 

 

 

퇴근하고 상도동 새 거처인 옥탑방으로 가서 아내의 뜻대로 화장실 청소하고 음료 한잔 마시고 한잠을 하고 라면하나 끓여 먹고 나와 여기 익숙한 우리 동네 마포학습관에 와서 일기를 올린다. 그제 가봤던 동작도서관은 이곳에 비해 너무 협소하고 답답해 가뜩이나 변하는 환경에 적응을 잘 못하는 내가 당황도 되고 과연 거기를 계속 이용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어쨌든 오늘은 반찬도 떨어지고 겸사겸사 지하철을 갈아타고 왔지만 이 노릇도 하루이틀이 아니고 참 곤란하게 되었다. 반찬도 한 번에 넉넉하게 가지고 가면 좋은데 아내 체력도 그렇지만 한 가지를 많이 안 하고 조금씩 여러 가지를 하는 사람이라 그도 힘들고 이래저래 곤란하다. 연희삼거리에 居할 때는 동네 쇼핑센터 보관함을 이용했지만 이제 그도 힘들고 먹지 않고 살 수도 없고 참 불편의 연속이다. 수입이 되면 買食도 편하지만 그럴 수입도 안되고.

방금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젊은이가 좌석에 앉아 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까지는 나나 주위 승객이 모두 비슷했지만 가뜩이나 요즘 키들이 커서 다리가 긴데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앉아 앞에 한 사람 서있을 만한 공간을 차지하고 왔다. 불안하기도 하고 해서 보다 못해 다리를 가볍게 건드렸는데도 쳐다 보고 인상만 살짝 쓰고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리를 풀었다. 나도 남들에게 뭐라 하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다. 다만 타인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편하지는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에 자기 자식을 맡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사람으로 하지 못할 짓들을 하는 지금의 젊은 부모들, 그렇게 자식들을 가르치니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기본예절도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 경우가 다르지만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 내가 자주 얘기 하지만 선생님이나 의사 간호사, 나라를 지키는 군인 등등은 아무나 해서도 안된다. 또 요즘 수입 때문에 의대가 최고의 지원대상이라지만 돈만을 생각하고 남의 소중한 목숨을 다루는 일을 해서도 안되고. 다만 그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사회적인 믿음과 존경도 받아야.

 

내 코가 석자고 내 자식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웃기는 늙은이의 넋두리였다.

 

이제 신촌으로 아내를 만나러 가자.

 

- 2023. 9. 21. 마포학습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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