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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65)

 

 

 

지난달 숙소를 비우고부터 생긴 현상인데 어디에도 마음을 둘 수가 없고 오래전에 禁燃을 하고 없어진 우울증까지 느껴진다. 그런데다 이번 근무지마저 대기실이 비좁고 하물며 책상 하나 없고 컴도 없거니와 일지를 방바닥에 놓고 쓰니 근무지에서나 퇴근하는 비번 날이나 좁기는 매한가지다. 집에서 생활할 때도 내 공간이 한 군데도 없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별방법이 없어 견디었는데 3년을 떠나 있다 들어가니 더 견딜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결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니 대처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결혼 후부터 모든 집안 꾸미기가 아내의 생각대로여서 내 의견은 내세울 수도 없었지만 그때는 하루하루 벌어먹는 게 우선이라 지나쳤어도 내가 장사에서 손을 떼고 월급생활을 하고부터도 하물며 집안에 달력 하나 거는 것도 모두 자기 생각대로 했으니 지금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일 저일 모두 비좁은 집에서 벌어지고 바로 눈앞에 보이니 나는 숨이 막혀 견디기가 힘들다. 물론 집을 떠나지도 못하는 아들 녀석도 답답하기는 나보다 더하겠지만.

이 모든 상태를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한 내가 문제고 내 일기를 보는 친구들이나 SNS친구들도 뭐라 하기도 그렇고 갑갑하겠지.

더위가 조금 물러가 견딜만 하더니 어제도 오늘도 다시 돌아와 한여름 더위같이 무덥다. 혹시나 하고 오늘은 아침 퇴근하고 정독도서관으로 갔는데 역시 12.8까지 전체휴관이다. 무얼 그리 오래 고치나 하고 보니 경기고교에서 정독도서관으로 바뀐 게 1976년, 47년이 지났다. 우리는 같은 시기 고교를 다녀서 그렇지만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태어나기 이전의 일이라 얼마나 오래된 역사인가, 제대로 고쳐서 물려줘야지. 지금 서울에서 그만한 공간과 건물을 어떻게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할 수 있겠는가. 지금 여기 마포평생학습관도 그렇고 서울 시내 서울시교육청 관할 도서관 모두가 그렇다. 시설과 소장 책자와 운영의 차이는 있지만 전부 소중한 공간들이다.

여름이 지나고 선풍기를 사러 가자는 아내말대로 오늘은 사가지고 올지 모르겠다. 선풍기 역시 나는 일반형을, 아내는 자기 생각대로 해야 하고.

 

- 2023. 9. 5. 학교를 비우고 광장으로 모여 학습권을 주장한 교사들을 응원하면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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