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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장마가 끝이 나고(이제는 장마를 공개선언하지 않는다고)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지구촌이 모두 기온상승으로 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인데 꼭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그동안의 인간문명의 발달로 인구도 많아지고 생존하는 기술도 좋아진 만큼 자연에 가해지는 인간들의 행동이 이렇게 자연재해를 만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나만은 아닐 거라고 여겨진다. 매사 물 흐르듯 지나는 게 제일이지만 사람이 느는 만큼 생각도 많아지니 그것 또한 쉽지 않고.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그 시절 1970년대 중반의 우리나라 군대, 육군의 보병사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기억해 보기로 한다.

내가 5사 공병대대 공병장비계를 하사관 보수교육을 떠나는 유중사로부터 이어받아 사단 공병장비현황을 살펴보니 큰 장비는 불도저부터 작은 것은 군용 개인후라쉬까지 다양했는데 그 현황이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사수도 없이 육군 일등병(정식명칭은 일병, 작대기 두 개)이 혼자 그 많은 장비현황을 정리해야 했다. 아마도 몇 날 며칠이 아니라 한 달 이상이 걸리지 않았을까 싶고. 또 마침 전군에 컴퓨터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을 해 당시 사회에서 EDPS라고 칭하던걸 ADPS라 이름 붙여 군장비나 총기 등등의 전산화가 시작이 되어 기본교육도 받고 그랬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사단에서 3군 사령부로 가는 공문작성을 주로 했는데 겉장만 타자로 쳐서 작성하고 속지인 내용은 먹지를 대고 5,6부까지 손글씨로 써서 하던 시기라 차트제작 등등 손글씨가 중하던 시기였다. 그래 행정병 자리가 비게 될 때는 앞서 얘기한 대로 신병이 오면 글씨를 써보게 해서 괜찮으면 행정을 보게 하였다. 그리고 군대 보급도 좋아지기 시작을 해서 군복, 작업복이라 부르던 옷감이 물이 빠지던 감에서 혼방이라고 나이론이 섞여 물이 빠지지 않는 감으로 바뀌고 그리고 우리가 입대를 했던 1976년도에 잠깐 동정복이라고 수도경비사 장병들만 입던 겨울 정복도 지급이 되어 외출이나 휴가 때 입고 다니다 반응이 별로라 그대로 보관했던 일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선배들보다 나아진 환경에서 복무를 했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라 33개월을 어떻게 보냈나 싶고 두 번은 죽어도 못할 군복무였다. 그리고 군대만큼 돈이 흔한 데가 없었는데 무슨 얘기냐 하면 공병대대장이 사단장의 용돈을 댄다고 했고 그 이유가 다름 아닌 군대공사를 민간에게 맡기고 그 감독을 공병대대장이 하기 때문에 민간 건설업자들이 돈을 갖다 바쳤다고. 지금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때까지 사병들의 정기 휴가가 일 년에 한 번 3년 동안 세 번을 가는데 한 번에 25일씩이다 내가 첫 케이스로 1977. 7월엔가 첫 휴가부터 15일로 줄고 세 번을 그렇게 가서 30일을 복무기간 단축을 해주어 34개월에서 33개월로 줄었다. 그리고 사단 공병대대는 본부중대와 3개 중대(일명 작업중대)가 3개 연대 지원을 하고 보병은 3 보이상 구보지만 공병은 3보 이상 승차라고 비록 작업을 하지만 보병보다는 낫다고 했었다. 나는 더군다나 110 야전공병 주특기인데 후반기 교육인 공병학교도 가지 않고 바로 자대배치를 받았고 전군이 일 년에 한 번 받던 유격훈련도 받지 않아 제대를 하고도 남자들끼리 모여 군대 훈련이나 고생한 얘기를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물론 키도 작고 체력도 튼튼하지 못해 보병이나 공병작업병을 했으면 제대로 버티지도 못했을 거다. 논산훈련소에서 단독군장, 철모에 소총을 메고 교장 이동시 구보를 하면 매번 낙오를 했으니 말하면 무얼 하랴. 그래도 방위가 아닌 병장제대를 해서 지금까지 떳떳하고 우리 아들도 3사단 말단소총수에 개인화기병까지 했어도 무사히 제대를 해서 그 또한 떳떳하다.  아마도 그때보다 지금 이렇게 나이가 많아졌어도 체력이 그때보다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공병장비계로 제대를 할 때 까지 보급품을 타러 오는 연대 담당장교들 중 꺼떡거리는 이들에게는 목에 힘도 주었고 정당한 대우를 하는 장교나 사병들에게는 더 친절하게 대했다. 다 떨어진 침투복을 입고 보급품을 타러 오는 사병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각자 맡은 보직이 다르니 어떻게 할 수는 없고 빨리 주어 보내는 게 최선이었다.

이제 군복무얘기는 여기까지다.

 

오늘 일요일 근무고 너무 더워 오전순찰과 이제 오후 검침을 마치고 저녁 먹고 쉬는 일만 남았다. 어제저녁 갑자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아내가 걱정이다. 내일은 침치료를 받게 해야지.

 

- 2023. 7. 30 일요일 근무를 하며.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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