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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월요 아침 퇴근을 했다.

잠깐 영등포시장 부근 전근무지 동료를 만나 거기 얘기, 그리고 내 근무지 얘기를 하고 우리 동네 아파트 구인얘기도 나누고 헤어져 여기 학습관으로 와서 일기를 올리고 있다. 오늘은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그 사내, 뒤를 돌아보다"를 이어 올린다.

 

 

-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그렇게 5사단 신교대 배속이 되어 그 춥던 연말과 연초를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이 얼마나 추웠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 중학교 저학년 시절까지 겨울이면 입고 지냈던 겨울 내의 중 아랫바지는 그 뒤 고교생시절부터 아무리 추워도 입지 않고 지내다(물론 치기로 시작) 입대를 하고 훈련소에서 다시 입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집에서는 없어졌던 이가 있었는지 양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부근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가루로 된 이약을 담아 꿰매 입었던 시절이었다. 그 내복을 아래위로 입고 야전잠바 내피도 입고 지냈어도 말도 못 하게 추웠다. 그 추운 날씨에 내무검열을 한다고 해서 하얀 베개피를 빨아야 하는데 그 시절에는 물론 세탁기가 없고 온수도 없어(자대에서는 페치카에 더운물을 데워 썼지만) 신교대 뒤편 개울물에 나가 꽁꽁 언 얼음을 둥글게 깨고 그 차갑게 시린 물로 빨고, 또 이발기로 대충 이발을 하면 그 개울에 나가 그 찬물로 머리를 감았다. 물을 머리에 부으면 머리 전체가 얼어 마비가 된듯했고 베개피를 넣었다 꺼내면 바로 꾸득꾸득 해지는 그런 추위를 견디었는데 잠깐 며칠이어서 견딜 수 있었다. 아마도 전방은 아니었지만 보병부대원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지금도 상상이 된다. 그때는 보병막사가 말할 수 없이 허술했었다. 여기까지는 양평에 주둔했을 때 얘기.

내가 제대를 했던 1979.7.24일 이전, 6월에 공병장비 검열을 나가 연천군 5사 보병부대, 남방한계선부근을 돌 때 본 보병막사는 판잣집이나 다름없었다. 흙벽이 드러나는. 지금 이 일기를 읽는 분들 중에는 판잣집이 무언지 모르실 분들이 많겠지만 그렇게 열악한 내무반에서 한겨울과 한여름을 세 번씩 보낸 선배들이 있었다는 거하고 그 이전 전쟁 때부터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킨 우리들의 선배님들이 계셨다는 걸 기억이라도 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용문에서 5사단 신교대 생활을 마치고 부식수령을 하러 다니던 공병대대 부식수령차 뒷칸에 타고 5 사공병대대가 주둔했던 양평읍내로 가게 된다. 그날 대대 일종계가 우리를 공병대대 안으로 데리고 가서 대대본부 공병작전과 3과에 내려 주는데 마침 바로 위의 선임이 우리 동기 둘을 반갑게 맞아 글씨를 써보라고 했을 때 나는 글씨를 잘 쓰지 못한다고 했고 논산훈련소 수용연대부터 같이 간 군번하나 빠른 동기는 집주소를 썼고 너도 써보라고 해 나도 집주소를 썼는데 내 보기에는 동기나 나나 잘 쓰는 글씨는 아니었는데 그만하면 되었다고 한 명은 3과에 한 명은 2과에 배속이 되고 같은 본부중대 내무반으로 배속이 되었다. 그렇게 팔자에 없는 행정병이 되는데 우리 둘의 주특기는 110 야전공병 주특기였다. 당시에는 대학재학이나 졸업을 하고 입대한 병사들에게는 교련교육 일 년 이수에 2개월의 병역기간단축이 있었고 우리 내무반은 대대본부근무자와 본부중대 행정병이 합해져 아마도 반이상이 대졸이나 대재였었다. 그런데 내무생활은 소위 머리에 학식이 들었다는 물건들이 더 괴롭게 했고 나중에 제대 무렵에 알게 된 사실은 가짜 대재가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병역기간 단축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탄로가 났었다. 그리고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박탈감은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고 후임이 몇 개월씩 먼저 제대를 하니 나가는 후임들도 갈참대우를 못 받고 보내는 선임들도 그렇고 지금은 없어진 그 제도를 만든 이들은 지금이라도 사죄를 하기를 바란다.

 

- 오늘 여기까지.

 

이제 오늘의 다음 순서는 지금 근무지로 가기 전에 면접을 봤던 우리 동네 연남동의 아파트에 들러 근무여건을 돌아보고 전근무지 손아래 후임을 소개해볼까 생각을 했다. 일단 다시 가보자. 5월 말일에 근무여부 전화를 받았었고 아직도 사람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 2023. 6. 5. 마포학습관 디지털 자료실, 내 서재에서. "늘근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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