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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아침 퇴근해 오늘은 정독으로 왔다.

어제 아침 출근해 교대를 하고 일상을 준비 중 소장과 과장이 출근하고 소장이 내게 알고 있느냐 물었다. 무슨 내용을 말하느냐고 되물었더니 경리직원이 휴가를 갔다는 거다. 아무도 얘기를 안 했는데 어떻게 아느냐 하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반아파트처럼 사무소와 방재실이 떨어져 있는데도 아니고 한사무실에서 같이 근무를 하는데 미리 얘기를 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내가 목요일 근무를 해서 금요일에 김치를 잘 먹고 빈그릇은 레인지 앞에 두었다는 톡을 보낸 게 바로 휴가를 가서였으면 저 휴가 갑니다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다 하고 그 뒤 바로 소장이 내게 월요일이라 바쁜데 과장이나 자기에게 자꾸 말을 시킨다고 자기 생각만 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기가 막혀 예의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지금 뭐 하는 거냐 내가 무슨 말을 많이 했느냐 그리고 지난번 소장 첫 근무날에도 나하고 전 과장을 오전 오후 불러 놓고 훈계를 하더니 이게 무슨 짓거리냐 나도 이 계통에 근무한 지 20년이 넘었어도 당신 같은 소장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자리 알아봐 나갈 테니 그리 알고 건방 떨지 말아라 하고는 밖으로 나가다 가만 이게 아니지 하고는 도로 들어가 내가 갈게 아니라 입주자대표회장을 한번 만나야겠다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짧은 교육과 조수생활을 마치게 되는 일이 생겼다.

당시 대대장 당번을 하던 임병장이 제대를 앞두고 조수를 받아 교육을 시키고 있었는데 경상도출신 대대장이 정말 제대 날짜를 며칠 남겨 두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조수사병을 내려 보내고 다시 뽑으라고 해 대대인사계가 사병식당에 내려와 식사를 하는 사병 중에 후보 셋을 골라 보고를 했고 저녁을 먹고 내무반에서 휴식을 하는 나까지 세명을 대대장실로 불러 올렸다. 나는 이등병이라 매사에 겁을 먹고 있을 때인데 대대장실에서 부른다고 하니 얼마나 겁을 먹을 일인가. 여하튼 대대장실로 올라 가 당번실에 들어가니 본부중대장과 대대인사계 그리고 사병 둘이 있었다. 그제야 왜 불렀는지를 알게 되고 친구나 동창들보다 입대가 늦어 그들이 휴가를 나와 전하는 군대사정을 잘 알고 있던 나라 CP당번 즉 사무소 당번이 무얼 하는지 알고 있어 중대장에게 저는 그런 거 못합니다, 어 이 놈 봐라 군대서 하라면 하는 거지 이등병이 건방지게 당장 대가리 박아. 그리고 한 명씩 대대장실로 들어가 간단한 질문을 받고 나왔다. 결론은 가장 입대가 늦은 이등병인 내가 뽑혀 팔자에도 없지만 한 성질 속에 있는 내가, 할 일이 아닌 보직을 맡았고 속으로는 믿는 구석이 있어 그래 오래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고 시작을 했다. 전화 잘못받는다고 구박을 받다 조금 익숙해지는 시기에 결국 내가 기다리던 일이 생기는 바람에 그만두게 된다. 다름이 아닌 우리 삼촌 한분, 장가를 갔으니 작은아버지가 한국전쟁 무렵 신혼에 아이도 없었던 그 혼란의 시기 적치하에서 똑똑한 행동을 집안 형제들 둘과 하다 수복 후에 행불, 도망을 하고 다시 나타나지 못했는데 어디에 살아 있는지 계속 관계기관에서 우리 집을 주시하고 우리가 하월곡동에서 다시 고향 신길동으로 오며 갈 때 팔았던 집을 사가지고 오고 우리 아버지와 그 나머지 두 집 당숙모와 아버지 당고종사촌이 며칠을 불려 가 고생을 하신 뒤여서 내 보직을 보안대에서 알아 내고는 내려 보내라는 명령이 있어 대대장이 불러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느냐, 자세한 건 모르고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그럼 네가 가고 싶은데 보내  줄 테니 거기에서 생활해라. 그렇게 당번을 그만두고 군수과 공병장비계를 맡게 된다. 그리고 대대일종계가 본부중대에 있었는데 그걸 맡으라는 본부중대장 말을 듣지 않아 제대할 때까지 소령진급을 못해 만년 대위로 중대장을 하는 호남출신 중대장에게 미움을 받았다. 그 중대장 제대하고 우이동 백운대에 친구들과 등산 후 하산 하는 길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게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병이 아닌 하사관이상 보직이었던 사단 공병장비계를 보면서 군대행정을 경험해 지금도 그걸 바탕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 오늘 여기 까지

 

어제 오전에 그렇게 큰소리를 하고 사무소를 나와 순찰을 도는데 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기 좀 하자고, 순찰 돌고 얘기하자고 하고 사무소로 가니 미안하다고 해서 알았다 하고 하루 업무를 보고 오후에 소장과 과장 퇴근시간이 가까워 과장하고 셋이 앉아 이번 주임은 어떠냐 물어 기본도 된 사람이고 잘 맞는다. 그럼 주임님도 다른 데 가지 말고 여기서 같이 근무하자, 알겠다 나도 나이 많아 가는 것도 쉽지 않으니 그렇게 하자. 지난 일은 잊어버리자. 그렇게 결론이 났다. 그도 나도 조심하고 지내겠지만 그도 나도 바뀔 수 없으니 서로 조심하고 지내봐야지. 더군다나 소장은 내 동생하고 고교동창이다. 서로 문과 이과여서 알지는 못했지만 동창은 동창이다.

 

- 2023. 7. 25. 숙소를 옮겨야 하는데 돈이 적어 걱정이고 말일까지 비우기로 하니 들어가기가 싫다. 정독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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