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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연희동 일기(1,036)

 

 

 

숙소에 컴이 없어 평소에 걸어 다니는 여기 서교초교옆 마포평생학습관에 버스를 타고 나와 컴 앞에 앉았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다섯 시에 디지털 자료실 문을 닫으니 이제 11분이 남았다. 벌써 3년을 원룸에서 지내는데 여태 컴하나 마련을 못하는 무지렁이가 내다. 근무지에서 사용하거나 비번날은 정독도서관이나 여기 학습관을 주로 이용하는데 오늘 유급휴가 8일 차라 컴 앞에 앉는 게 쉽지 않다.

 

어제 고교졸업 50년 기념여행을 1년 늦게 한계령을 거쳐 속초바닷가로 다녀왔는데 동창 녀석이 오늘 아침 통화에 얘기했듯이 하나님 믿는 사람이 술을 엄청 퍼마셔 그렇게 마시다는 길에서 쓰러 진다는 경고를 받았다. 나도 익히 알고 있지만 친구들 모임이나 결혼식 장례식장 등 아는 이들이 여럿 모이는 자리에 가면 안주는 안 먹고 술만 들이 키는 행동을 하는데 웃기게도 그렇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안주를 먹어 배가 부르면 술맛이 없고 더 마시기가 어려워서다. 무슨 술꾼처럼. 술을 분해시키는 효소가 없어 주량도 작고 얼굴도 벌게지는데 자꾸 마시니 양도 늘고 깨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전에는 밤에 마신 게 오전이 지나도록 깨지를 않았는데 요즘은 깨는 것도 빨라졌다. 물론 숙소에서 반주로 마시고 바로 자서 그렇지만.

 

어제 여행은 1972.1월 60명이 졸업을 했는데 18명이 참석을 했다. 그도 두달에 한번 모임 때 보다 조금 많았다는데 미국에서 방문한 친구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들 만나니 좋았고 더군다나 대형버스로 편하게 다녀왔는데 출발도 도착도 친구네 음식점에서 해서 아침에는 누룽지 끓인걸 먹고 출발했고 저녁에 도착해서도 저녁과 한잔을 더하고 헤어졌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참석도 못하다 이번에 나온 친구가 나를 보고 싶다는 전갈에 고맙고 보고도 싶어 지난주 동창모임에서 반갑게 만났었고 어제도 전근무지 근무가 이어졌으면 못 갔을 텐데 유급휴가 중이고 다행히 28일부터 새 근무지가 확정되어 홀가분하게 다녀왔다. 다른 동창이 속초에서 감리를 할 때는 지금은 병이 들어 보행이나 운전을 못하는 친구차로 가끔 갔었는데 감리하는 친구가 포항으로 내려 가있고 멀고 태우고 다닐 친구도 없어 가보질 못했다. 포항은 가보질 못했는데.

어쨌든 열 열여섯 열일곱살에 만나 3년을 같이(3학년은 실습기간이라 실은 2년여) 지낸 인연으로 50년을 만나는 게 보통 인연이겠는가. 앞으로 얼마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좋은 여행이고 좋은 만남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회장과 공무원 정퇴를 하고 여생을 즐기는 총무 친구가 수고가 많았고 또 오랜만에 만났어도 반갑게 대해준 동창들에게 고마움 전한다. 건강하게 살다 즐겁게 만나고 편한 마음으로 가도록 하자.

모두들 고맙다.

 

-2023. 3. 26. 학습관 디지털 자료실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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