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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35)

 

 

 

오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성경筆讀을 마치고 아침밥을 배가 넘치게 먹고 천천히 숙소를 나서 마나님이 일찍 외출을 하신다기에 동네 쇼핑센터 보관함에 빈 찬그릇 넣어 두고  천천히 걸어 홍대 앞 마포학습관에 왔다. 숙소에 컴이 없어 일자리 찾으려고 디지털자료실로 무료 컴퓨터를 사용하러 온 거다. 도서관회원증을 만들면 시내에 있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스물댓 개의 도서관을 모두 사용할 수가 있다. 책도 빌려 볼 수 있고 테이프도 빌리고 자율학습실 사용도 할 수 있고 그리고 컴퓨터 사용도 한 군데에서 하루 두 시간을, 다른 곳에서도 역시 같은 날이라도 두 시간을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젊은이들 공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고 말이다.

그래 오늘도 새 일자리 찾아 한군데 이력서 메일로 보내고 뉴스도 찾아보고 이제 끝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나면 신길동 병원으로 엄마를 뵈러 갈 것이다. 면회 허용이 되고 두 번째로 가는데 엄마가 말씀을 하시면 이틀에 한 번이라도 가겠지만 말씀도 식사도 못하시고 그저 바라만 보시고 바로 주무시니 잠깐 뵙고 막내동생이나 보고 와야지. 24시간 간병을 하는 막내에게, 남동생이라 더 미안할 뿐이다. 이래 저래 아직도 사람 노릇을 못하고 사는 내가 밉다.

장남이라고 똑똑하다고 공부를 하면 외국유학이라도 보내 주겠다고 하던 엄마 말씀을 저버리고 나중에 엄마 말씀이 네가 공부를 하고 제대로 살았으면 너도 나도 잘 살았을텐데 하시던 말씀 생각이 난다. 아마도 늦은 장가를 가고 고생을 할 때였을 것이다. 그저 부모님께 그리고 누이들에게 남동생 둘에게 죄송하고 미안할 뿐이다. 아마 그만 갈 때까지 벗어나지 못할 지난 시절의 내 잘못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살아야 갚는길이니 더 바르게 살기 위해 애를 써보자.

 

날이 아주 좋은데 미세먼지 탓인가 조금 흐려 지고 있다.

 

- 2023. 3. 20. 마포평생학습관 디지털자료실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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