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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31)

 

 

 

아침 퇴근해 숙소에 들러 두툼한 겉옷으로 갈아입고 이 년여 만에 홍대 앞 치과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라면을 끓여 미리 점심에 대비도 하고 퇴근 때도 홍대입구에서 걸어오고 다시 치과에 갈 때도 걸어서 도착을 했다. 너무 오랜만에 가서 조금 민망도 하고 어떻게 오셨느냐 어디가 불편하냐 물어 윗니의 부분틀니도 조금 불편하고 윗부분 남은 앞니 끝의 이가 흔들거린다고 얘기를 했다. 살펴본 의사가 하는 얘기 반대편 끝의 이도 거의 반이 파였고 대체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다고 그냥 쓰다 더 나빠지면 부분틀니를 보험으로 바꿔 주겠다고 오늘은 그냥 가시라고 해 미안해서 그 동네 빵공장에서 마늘빵 한 덩이를 사다 간호사에게 주고 나왔다. 그리고 한마디, 그래도 의리 지키느라 다른데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하고. 나는 웬만하면 예전 구멍가게도 한번 다닌 데를 계속 다닌다. 지금 치과 아래 일층에 있는 미용실에도 2010 홍대 앞에 살 때부터 다녔고 연희동으로 이사를 한 2015 이후에도 다니다 삼 년여 전에 내게 해서는 안될 말실수를 해서 연희동으로 다니다 아내가 거기 머리가 아무래도 맘에 안 든다고 해 이년 전부터 다시 다니고 치과도 2014에 먼저 자리에 있을 때 미장원에서 치과를 물었더니 가보라고 권해서 다니기 시작을 했었지. 그리고 치과가 미장원 건물 이층으로 옮겼고. 그런데 사람이 가까울수록 서로 조심을 해야 하건만 작년 연말에 머리를 깎으러 가서 혼자소리를 했는데 마침 와있던 젊은 사람이 내게 시비를 걸어 말싸움이 시작되었고 참으려다 가만 생각하니 저에게 말을 건 것도 아니고 화가 치밀어 말다툼을 하는데 먼저 시비를 시작한 그 젊은이에게 한마디 하지는 않고 내게 같은 손님이라고 해 주인에게 더 실망해 나오고 다른 데 가서 깎고는 두어 달이 지나 그래 한번 더 가보자 하고 가서 그러는 거 아니다 하고 다시 깎고 나왔다. 재작년 딸 시집보낼 때 하객들에게 인사말 딸이 쓴 걸 보고 좀 고칠 수 있으면 고쳐 달라고 해서 고쳐도 주었고 서로 집안사정도 잘 알아 손님이지만 그래도 가까운 이웃으로 생각하고 지냈으니 정에 약한 내가 얼마나 괘씸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풀었는데 지난번에 퇴근길에 들러 손님이 없어 폰에서 무슨 영화인가 드라마를 보고 있길래 뭔가 얘기를 했더니 내가 왜 아저씨 얘기를 들어야 하느냐고 하는 거다. 순간적으로 민망해 아무 얘기도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기가 막혀 그래 바로 지난번에 내가 그냥 다시 가서 깎았다고 했을 때 우리 마누라가 했던 얘기가 역시 맞았구나 했다. 한번 그러면 다시 그럴 수가 있다는 말 말이다. 그래 그 뒤로 가지 않았고 두어 달이 지나 머리를 깎아야 하지만 그때 한번 갔던 동교동삼거리 길 건너 역시 이년을 살았던 창천동 미용실로 가려고 마음을 정했다. 오늘 치과에 갈 때도 빵을 사가지고 다시 들어갈 때도 그냥 지나쳤는데 아마도 가게 안에서 보고 있었을 거다. 나도 장사를 했던 사람이고 웬만하면 한번 다닌 데를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또 우리 같은 어려움이 있는 이들에게 마음이라도 보태며 사는 사람인데 그걸 마다하면 그 또한 이해하고 넘어가지 못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렇게 칫과를 나와 학습관으로 오는 길에 우리 살던 집 부근 사 층짜리 원룸건물 주인이신 아저씨를 만나 안부 여쭙고 쌍화탕 한 개씩 나눠 마시고 왔는데 이북에서 내려오신 분이고 자식들도 모두 잘 사는데 할머니 돌아 가신지 오 년 여가 지났어도 혼자 건물 지키며 밥도 당신이 해서 며느님이 해다 드리는 반찬으로 드시는 분이다. 나보다 훨 부자시지만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음료라도 드리는데 매번 왜 사 왔냐고 미안해하신다. 건강하게 사시다 깨끗하게 가시면 좋겠다.

오늘 게시는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였는데 서두가 길어져 `#. 연희동 일기`로 바꿔 올린다.

자 이제 여기 마포평생학습관을 나가 집에를 들릴까 아니면 발길 닿는대로 가볼까 생각 중이다.

 

-2023. 3. 2. 마포평생학습관, 나의 서재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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