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28)

 

 

 

며칠 기온이 올라 어제는 실내 작업 중 땀이 약간 흐를 정도였는데 오늘 아침에는 기온이 다소 내려가 퇴근길 쌀쌀한 편이다. 오늘부터 17일까지 마포평생학습관이 부분공사로 인해 휴관을 해 여기 정독도서관으로 왔다. 오는 길에 멀리 안산에서 와서 아침나절 잠깐 꽃을 팔고 가는 아주머니를 오늘도 만났다. 처음 보고 몇 마디 나누고 알게 된 지 벌써 몇 년이 되었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나가는 시간이면 다 팔고 가서 못 보기도 하고 꽃을 사게 되면 여기에서 두어 시간을 보관해야 하는데 그러기도 뭣하고 꽃을 살만한 여유도 없고 해서 한 번도 팔아 주지를 못해 지난 주엔가 한참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고 도서관을 향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드링크 두 개를 사가지고 돌아가 나눠 마신걸 오늘 잘 마셨다고 자기도 사드려야 한다고,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어서 팔고 가세요 하고 돌아 섰다. 그 아주머니나 저나 누구에게 베풀고 살지도 못하고 그러니 받아 보고 살지도 못해 조그만 친절에도 목이 메게 고맙고 감사한 거다. 오만 원권 현금뭉치로 받아 잘 먹고 잘 쓰고 거들먹대는 인간 말종들아 우리 서민도 못 되는 경제적 下層民들은 그래도 주위도 돌아보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물 한 모금이라도 나누고 싶고, 그러기 위해 한 푼 두 푼을 아끼고 아끼며 살아가고 있다. 너들이 이 고귀한 마음의 백분의 일이라도 안다면 이 나라가 산이나 바다로 구르지는 않을텐데 너희들이 그런 마음을 먹을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확률보다도 적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지 않다면 벌써 이나라가 좋은 나라 선진국이 되어 있겠지.

 

반면에 지난 주 지진으로 초토화된 튀르기에(터키)에 목숨을 담보하고 구조대로 파견된 소방관들, 아무리 명령에 따라갔다지만 그들의 영웅적 구조작업에 말로만이라도 敬意를 표한다. SNS에 잇따라 올라오는 참상 사진과 긴 시간을 버티고 구조되는 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눈물이 나고 인간 생명의 존귀함에 전율이 흐른다.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내어 살릴 수 있으면 좋겠고 더 이상의 여진이 없기를 우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기도드린다.

 

정독도서관 디지털자료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의 극치다.

내 또래 늙은 분들 몇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무언가를 보거나 컴 앞에 앉아 폰삼매경에 빠졌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도 추운데 밖으로 돌지 않고 여기 도서관에라도 들어와 추위도 피하고 세상 물정도 알 수 있으니 좋은 세상 아닌가.

 

이제 나가 일단 집으로 해서 숙소로 들어 가자. 덜 돌아다니고 공부도 나무에 글씨 쓰기도 카메라 숙지도 말로만 꺼내 놓고 언제나 시작을 하려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ㅎ ㅣ ㅎ ㅣ ㅎ ㅣ.

 

- 2023. 2. 14.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란다. 그래 그제 반찬가방에 초콜릿을  넣어 주었구나. "연희나그네" -

'연희동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희동 일기(1,030)  (0) 2023.02.25
#.연희동 일기(1,029)  (2) 2023.02.18
#.연희동 일기(1,027)  (0) 2023.02.07
#. 연희동 일기(1,026)  (3) 2023.02.04
#. 연희동 일기(1,025)  (0)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