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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어제 다녀온 양수리에서는 봄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다른 때는 연밭에 지난해 연잎이 남아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어제 보니 말끔히 치워 보기가 조금 그랬다. 그랬어도 오랜만에 갔고 월요일이라 사람도 없이 호젓해 좋았는데 꼭 쓸 일은 없었어도 주머니가 텅 비어 힘없이 다녀왔고 서울로 돌아와 늦은 점심에 반주를 하고 오후 네시쯤부터 잠이 들어 깨어 보니 오늘 새벽 두 시였다. 그렇게 일어나 배가 고파 라면을 한 개 끓여 먹고 다시 잠들어 다섯 시까지 또 자고 아침을 맞았다. 근래에 드물게 평소보다 두 배를 잔셈이다. 

 

- 스물세번째 이야기.

 

수입품장사를 해서 한 푼 두 푼 모아 가게를 팔고 나가는이 들에게 자리를 조금씩 사서 넓히고 한쪽에는 아내가 수예품부터 이것저것을 함께 팔았는데 노점 앞 가게에 같은 품목이 들어오면 경쟁도 힘들지만 가겟세를 내고 장사를 하는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품목을 여러 번 바꾸었다. 아무리 어쩌다 장똘뱅이가 되었어도 아내는 사람이고자 노력을 하고 나도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04년이 되어 우리 아들이 유치원을 두해 다니고 국민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음)에 입학을 하게 되어 공부방이 필요해 시장에서 가까운 데로 처음 방 두 개짜리를 얻어 이사를 하게 된다. 다세대에서 살 때 제일 불편했던 것이 공동화장실이었는데 화장실이 딸린 것도 좋았고 명절에 동생네 식구가 와도 좋았으니 그동안의 힘든 생활이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그나마 결혼 후에 아무리 힘이 들어도 남에게 빌리거나 손을 내밀지 않은 아내가 고맙다. 지금도 없으면 안 쓰고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산다. 다만 2015년에 지금 살고 있는 연립주택을 마련할 때 은행대출을 받은 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렇게 아들 녀석이 학교에 들어가고 삼 년쯤이 지났는데 장사가 늘 그타령이었고 나아질 희망도 보이지 않아 고학년이 되기 전에 서울 고향으로 올라가자는 결심을 하고 우리가 장사하는 자리를 내놓게 된다. 우리 외의 열세 군데는 모두 생물, 과일 채소 생선 떡볶이 등을 팔아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했지만 우리만 빛 좋은 개살구로 고생한 거에 비해 돈을 벌지 못해 모으지도 못하고 방한칸에서 두 칸으로 늘리고 자리 넓힌 거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리를 팔아 서울 이문동 외대 앞 동네에 살림집을 얻고 철길을 건너 `이경시장`이라는데에 목은 좋은 네거리이나 정말 손바닥만 한 세평정도 가게를 얻게 되는데 그 자리 만이 주인이 내놓아 권리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신길동이 내 고향이고 아내가 살던 동네도 관악구 봉천동인데 그 먼데로 가게 된 이유가 지금은 돌아간 내 동갑내기 큰처남 회사에서 유통사업본부를 두고 서울 시내 몇 군데에 중형 슈퍼마켓을 운영했는데 그중 이경시장의 마트가 장사가 잘되어 기존 평수의 두배로 확장을 계획 중에 우리가 역곡가게를 처분한다고 하니 그 마트가 확장을 하면 개인코너를 한 군데 임대를 주겠다고 해서 그 동네로 입성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계획만 있지 언제 그걸 시작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우선 무엇이라도 해서 생활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그 월세가 비싼 가게를 얻게 되었고 결국은 역곡에서 몸으로 때워 모은 돈 중 거의 반을 잃게 된다. 마음고생도 이루 말을 못 하고. 그 사이에 국민학교가 초등학교가 되었다.

 

- 오늘 여기까지.

 

나도 급한 성격이 문제지만 우리 늙지 않았다는 아내도 요조숙녀형이라도 그 고집은 나만 알고, 돌아가신 장모님과 처남이 알고 있었고 그래 우리 결혼을 반대를 했지 둘이 싸우고 못산다고.

 

-2023. 2. 21. 오늘이 지나고 내일 오후부터는 기온이 올라간다니 참아 보자. "늘근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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