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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어제 2주 만에 안식일 예배를 드리러 가서 결국은 그동안 참고 지내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담임 목사는 다른 교회 예배를 주관하러 가고 남은 장로들과 새로 교인이 된 이들이 본 예배 전의 안식일 학교와 교과시간 주관을 하면서 문득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더군다나 주보에 멀쩡한 우리 아내 이름이 환우명단에 오른 걸 보고 주보 한 가지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이가 무슨 교회 운영을 제대로 하겠는가, 얼마 전에는 한번 보면 다시는 잊지 않을 아내 이름을 엉뚱하게 올렸고 해서 본예배 전에 나는 이제 그만 갑니다 하고 나왔다. 이제 다시 일 년여 만에 온라인 예배로 돌아오기로 했다.

 

- 스무 번째 이야기.

 

그렇게 아들이 태어나고 그다음 해까지 친구 현장에서 막일을 하고 지내던 중에 하루는 아내가 얘기를 꺼냈다. 이렇게 계속 그 일을 하고 지낼 수도 없고 어떻게 장사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 해서 그렇기는 한데 돈이 있어야 무슨 장사라도 해보질 않겠나, 자기에게 돈이 조금 있다. 오빠가 아이 갖었을 때 먹고 싶은 거 사 먹으라고 준 게 있는데 당신에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겠어서 그냥 가지고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다. 그래 이왕 받았고 받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도로 주는 것도 그렇고 알았다.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1988. 8월 말에 아내가 아이를 멜빵에 매고(그때만 해도 남자가 멜빵을 하는 게 보기에 좋지 않아 나는 한 번도 멜빵을 안 하고 안고는 다녔음) 세 식구가 동대문시장 제일평화상가에 가서 20만 원 중 막내 동생에게 2만 원인가를 주고 나머지 돈으로 아동용 가을 티셔츠를 도매값으로 떼어 가지고 전철을 타고 부천시 괴안동 조공시장으로 가서 그날 문을 닫았던 수선집 앞에 조공상가에서 산 비닐로 엮은 돗자리 한 장을 펴고 티셔츠를 접어 줄지어 놓고 아내의 입에서 지나가는 젊은 엄마들에게 옷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을 했다. 참 여자,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맞는구나 생각을 하고 그렇게 하루 장사를 마치고 심곡동 집으로 택시를 타고 들어 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나 혼자 택시에 옷을 싣고 조공시장은 일주일에 두 번을 가고 나머지 날은 그 일대 시장에 가서 펴놓고 팔고 다녔다. 시작을 한 시기가 바로 가을로 접어드는 때여서 옷을 팔아 세 식구 먹는 거 외에는 물건을 늘려 옷이 늘어나기 시작을 했고 일부는 가게에 작은 방이 딸린 집이어서 가게에도 조금씩 진열도 하고  그렇게 가을 장사가 지나고 겨울로 접어들었는데 처음에 겨울옷이 나가고 날이 추워지니 괴안동이나 일대 시장에 노점으로 펴는 장사는 어느덧 개시도 못하는 날이 생기기 시작을 했다. 그래 나가는 날이 줄어들고 집의 가게에서 만 팔았으니 큰 길가에서 한 블록 들어간 길에 있는 가게라 매상도 얼마 안 되고 유리문 밖에 걸은 겨울 옷을 걷어 가는 일도 발생을 하고 그렇게 어려운 겨울을 보내고 1989년 봄이 되었는데 겨울 옷을 팔아 생활을 해서 봄옷을 구입할 돈이 없었다. 그래 하는 수 없이 대방동시장에서 슈퍼와 과일 가게를 하던 맏누이에게 가서 사정 얘기를 하고 얼마를 빌려 주면 옷을 팔아 갚겠다고 하고 돌아와서 기다려도 가타부타 끝까지 말이 없었다. 그 누이가 1992 갑자기 가게에서 쓰러져 보름 여 중환자실에서 지내다 유언 한마디 못하고 돌아갈 때까지 그 답을 듣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전 장가갈 때와 그 이전 놀고 지낼 때 누이나 매형도 속이 썩었을 생각을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늦장가를 가서 살아 보겠다고 할 때 답이 없었던 일은 당시에 서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총각시절 내가 맏아들 노릇을 안 해 누이들이나 매형들이 아들 노릇을 했지만 내가 쓰느라 돈을 타러 다니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 오늘 여기까지.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냥 대기만 하는데 오후에 잠깐이라도 승강기 테이프 자국 지우기라도 해야지.

 

 

- 2023. 2. 5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데 어제 오곡밥도 구경못하고

  오늘은 내 원룸 천장에 물이 새는 원인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는데 내가 얘기한 게 맞았다.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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