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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 오늘이 우리들 설날이다.

 

 

 

어제는 까치 까치설날이었고 오늘은 우리들의 설날이라고 노래하던 동요를 들은 지 언제인가. 어느 때부터인지 동요를 듣거나 입속으로라도 불러 본 지 참 오래되었다. 늦게 겨우 장가를 가서 아들이 바로 태어나 자라던 그 시절에는`섬집아기`, `앞으로 앞으로` `걸어서 저 하늘까지` 나 자장가 등등을 불러 주거나 혼자 불러 보거나 했었다. 노래도 좋아했고 웬만큼 부르기도 했고.  당시 90년대까지는 라디오에서라도 음악을 듣고 살았었다. 그러다 1990년대 초반에 노래방이 생겼고 갈 기회가 있으면 이 노래 저 노래들을 부르다 나중에는 동요를 부르기도 했는데 아마도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겠지.

노래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도 노래 좋아하고 부르기도 듣기도, 아내도 웬만큼은 부르고 작은 교회지만 찬양대도 하는데 하나 둔 우리 아들은 양가 어디에도 없는 음의 높낮이가 없는 경우다. 그런데 더 뭣한 것은 애비를 음치라고 하는 것이다. 지 엄마가 아니야 니 아빠 노래 잘해 해도 아니라고 한다고. 그리고 또 한 명 고교시절부터 한동네에 살아 만나 지금도 보고 지내는 고교 동창, 병이 들어 파주 운정 자기네 노인요양원 살림집에 갇혀 지내는 양반이 몇 해 전에 느닷없이 내가 음치라는 선언을 해서 기가 막혀 무슨 소리냐 하니 여하튼 음치라는 거다. 본인은 고교시절 기타로 클래식 음악 연주를 스스호 터득을 했고 생김과 다르게 노래도 반주에 맞춰 제법 하는 편이었다. 그래 결혼 후 거제도에서 직장을 다녀 보기가 힘들었다. 그 뒤 친구들 결혼 할 때와 뒤늦게 내가 결혼할 때 보고 그 뒤 우리 아들이 태어나고 부천에서 역곡으로 이사를 하고부터 연락이 끊기고 그 중간에 그 친구네가 인천으로 올라와 살던 시절 나는 너무 힘이 들어 친구들도 멀리하다 맏누이 가 돌아가고 얼마뒤 다른 친구를 찾아 다시 연락이 되고 그 뒤 우리가 서울 이문동 외대 앞으로 들어와 가게를 할 때 어쩌다 미아리 그 친구들과 만나면 노래방에도 가서 여럿이 떼창을 하거나 둘이 듀엣으로도 노래를 불렀었는데 느닷없이 내게 음치라고 하니 뭔 말을 하겠는가.

 

설날 얘기를 하다 갑짜기 음치 얘기를 하게 되었으니 본 얘기로 돌아 가자.

오늘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전철 안에서 마악 이촌역에서 내려 4호선으로 환승을 하려고 일어나는데 작은 체격의 청년이 도움 종이를 많지 않은 승객들에게 돌리고 내 자리까지 와서 한 장을 내밀었다. 요즘은 보기도 힘들었는데 며칠 전 역시 젊은 처자가 양갱을 내밀며 천 원이라고 해 돈만 주는 게 그래 천 원을 주고 양갱을 받아 내린 적이 있고 오늘 두 번째. 얼마나 힘들면 명절 아침에 저러고 다닐까 하며 종이 위에 천 원을 놓고 일어 섰고 옆자리 남자도 힐끗 쳐다 보더니 지갑을 꺼내 천 원을 올려놓는 걸 보고 내렸다. 지난번 양갱처자도 오늘 청년에게도 아마도 주는 이들이 거의 없었는데 그만큼 세상의 情이 메말라 가는 게 우리 꼰대들, 특히 나는 안타깝다. 나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다 눈감고 살고 천원도 아끼고 살지만 그래도 나보다 어려운 이들 보면 조금이라도 돕고 살고 싶은데.

 

우리 격일제 근무자들(경비, 시설관리) 그리고 대중교통 운전하는 이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은 명절이 되면 누군가는 근무를 해야 하는데 격일제는 둘중 하나 순번에 따라 당일 출근을 하거나 당일 아침 퇴근을 하거나이다. 이제는 오래 되어 근무가 잡혀도 그러려니, 차라리 내가 근무를 하고 동료들이 쉬는 게 마음이 편하다. 기제사 여섯 번에 명절 제사 두 번을 지내던 시절에는 명절근무 차례가  되면 곤란했지만 이제는 제사도 모시지 않아 당일 출근도 괜찮다. 그리고 전에는 동료중 장남이라 제사를 모시면 바꿔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거의 없고. 살기가 힘들어 그나마 조금 있던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어져 가는 게 아쉽다.

 

오늘 설날도 이제 조금 뒤면 저무는데 정오 무렵부터 귀성객들의 귀경이 시작 되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추운 날씨에 조심조심들 돌아오고 오늘 근무하는 분들의 大福을 바라며 오늘 이야기를 접는다.

 

여러분 모두 새해 癸卯年 정월 초하룻날에 "연희 나그네" -

 

-2023. 1. 22. 음 정월 초하루에 근무를 하며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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