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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새해 들어 나흘 째 날이다.

어제 퇴근해 전근무지 들러 막걸리와 믹스커피를 영선반장에게 전해 주고 숙소로 들어가 점심 겸 삶은 문어 남은 거에 양념간장 조금 고추장 조금 넣고 끓여 반주를 하고는 나중에 잠이 깨어 보니 직장 밴드에 엉뚱한 게시를 올려 결국 오늘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사유서와 함께. 역시 나는 바보다.

 

- 열한 번째 이야기.

 

- 그렇게 동기 많은 윗선임들에게 수난을 당하다 보니 어느덧 우리도 선임이 되었다. 

그전에 그 교육계 조수를 하던중에 어느 날 저녁 대대장실에서 인사계가 부른다는 전화를 받고 올라가니 중대장도 있고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당번병과 인사계가 나 외의 바로 윗선임과 또 한 명 하고 기다리다 한 명씩 대대장실로 들여보내 대대장 앞에서 질문에 대답을 하고 나왔다. 제대를 앞둔 당번병의 조수를 받아 근무를 하고 있던 사병이 고향이 대대장과 같은 경상도라 사투리를 쓴다고 내려 보내고 사수의 제대는 코앞이고 해서 인사계가 사병식당에 와서 후보 세명을 골랐는데 그중에 내가 끼게 되어 대대장 면접을 본걸 그제야 알고 미리 군대생활을 한 동창들을 통해 군대생활을 빠삭하게 알고 있던 나여서 바로 중대장에게 저는 그런 보직 못합니다 하고 어 이 놈 봐라 이등병이 겁대가리 없다고 당번실에서 바로 대가리 박아를 시키고 일어 나 내무반으로 돌아왔는데 운명의 장난인가 내가 뽑혀 이등병 달고 팔자에 없는 당번병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내 겉모양만 보고 뽑았지만 나는 그런 사회의 비서 노릇에 적합하지도 않고 아마도 얼마 하지도 못할 것이다 하는 생각을 해서 참고 이 개월 전화 제대로 못 받는다고 구박을 받다 어느 정도 신임을 받을 무렵 아니나 다를까 사단 보안대에서 내가 무슨 보직인가를 물어와 대대장 CP당번병이다 하니 안된다 내려 보내라 하는 연락이 오고 대대장이 부르더니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느냐, 네 자세히는 모르지만 무슨 일이 있기는 합니다 대답을 하고 그러냐 그러면 네가 가고 싶은 보직을 중대장에게 얘기해라 보내 주마해서 알겠습니다 하고 나왔다. 대대 군수과의 공병장비계(이 보직은 원래 장기하사 이상의 자리)와 본부중대의 대대일종계가 비어 중대장은 일종계를 맡으라고 했지만 이왕이면 대대행정병이 더 폼이 나서 군수과 공병장비계로 가고 나서 제대할 때까지 중대장의 미움을 받았다. 그는 진급도 못하고 말년 대위로 제대를 기다리는 영감이라 중대장을 그리 오래 했지. 그 후 제대를 하고 백운대 등산을 가서 정상부근에서 만났는데 그래도 반가웠다. 그렇게 군수과 공병장비계 업무를 시작했는데 사수인 장기하사가 중사를 달고 보수교육을 받으러 들어가 제대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하고 내가 일일이 재물조사와 재고 정리를 하느라 한참 고생을 했다. 그렇지만 공병대대 공병장비계가 사단에 하나 있는 보직이라 보병장교보다 소위 군대 끗발은 좋았다. 무슨 금전이 생기지는 않았어도 공병장비 중에는 불도저와 대형 장비 외에 손전등인 후라쉬까지 보급품목이 많아 내게 잘보여냐 보급순서라도 앞으로 받을 수 있으니 끗발이 있을 수밖에. 그리고 사회에서도 하지 못한 사무직, 아침 먹고 사무실로 올라가고 점심시간에 점심 먹고 다시 오후 일과 보고 다섯 시에 내려와 저녁을 먹는 생활의 반복이었는데 졸병시절에는 앞서 얘기한 선임들 때문에 내무생활이 괴로웠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소위 대학에 다니다 입대를 해서 행정을 보는 본부중대원들이지만 배운 만큼의 행동도 못했고 가짜 대학생도 많았고. 당시에는 군사훈련을 받으면 학년당 두 달의 복무기간 단축이 있었는데 혜택을 못 받는 가짜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불공평한 제도였다. 그렇게 졸병생활을 지나 나도 동기와 함께 선임이 된다. 오늘 여기까지. -

 

어제 전근무지 방문중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그 결말을 아직 결정을 못했다.

좀 더 숙고를 해보기로 하자.

 

- 2023. 1. 4. 오늘은 망신을 당하고 사유서까지 제출을 했다. 민망한 하루였다. 반성해야지.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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