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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오늘 아침은 어제에 이어 더 추운 날이다.

아침 퇴근 후 여기 마포평생학습관 4층 디지털자료실에 와서 공짜 컴으로 구인을 검색해 두 군데 이력서를 보내고 이제 일기를 올리고 있다. 지금 근무지 동료 중 한 사람은 날도 추운데 며칠 내로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연말 지나고 일자리 찾는 대로 가겠다고 관리소장에게 얘기 하라지만 얘기를 해서 들어주면 다행인데 안된다고 하면 그도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큰 잘못도 없이 뽑은 지 보름여 만에 기전과장이라는 자가 제멋대로 해고 통보를 했는데 그 부탁을 들어준다는 보장도 없지. 오늘 면접 연락이 없으면 이제 다음 주 며칠뿐이니 기다려 보자. 일을 해야 할 이유나 마음은 충분하니.

 

 

- 여덟번째 이야기.

 

 

- 그렇게 3학년 2학기가 끝이 나고 다음 해 1972년 1월에 졸업을 하게 된다.

졸업식날 건축과장 선생님에게 얼마나 실망을 시켰는지 졸업식날 너는 졸업장이 나오지 않았으니 다음에 와서 시험을 한번 더보고 졸업을 하라고 했다. 졸업 사정에서 각 과마다 몇 명이 졸업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얼마나 미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은 했지만 어절 수 없이 알겠습니다 하고 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그 하월곡동 동창중 한 놈이 우리 엄마께 제영이 졸업장 못 받았다고 얘기한걸 나중에 알았다. 그 얘기를 들은 우리 엄마가 얼마나 속이 무너졌겠나를 생각하면 나 자신도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고 그걸 뭐라고 하겠나. 아마도 한참 후에 알게 되어 뭐라 하지도 못했을 거라는 기억이다. 지금도 소통은 하고 지내지만 성격이 원래 그런 놈이라 일부러 이르지야 않았을 테고 무슨 얘기 끝에 생각 없이 나왔겠지. 그 친구는 자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겨우 고교졸업을 한 스무 살 우리 친구들이 하월곡동 산동네에서 소나기까지 내리는 날에 아랫동네까지 운구를 하고 내려온 것도, 멀리 문산 외삼촌네 밭 한귀퉁이에 모실 때 같이 한것도 나중 십여 년 후 기억을 못 하는지 안하는지 내게 쓴소리를 해 내 가슴에 바늘을 남긴 놈이다.

졸업을 하고 봄이 지날 무렵 바로 그 친구의 국교동창네 숙부가 경북의 건설회사 고위직으로 서부전선 김포지구의 군대공사 현장에 있어 그 친구 소개로 당시 김포군 마송면 양곡의 해병대 보급부대 내에 있던 현장사무소의 직원으로 가게 된다. 말이 기사지 현장사무소 사환이나 다름없었다. 시멘트차량이 들어오면 그 무거운 40kg 시멘트 포대를 한쪽 어깨에 메고 인부들과 함께 내리고 보급대에서 몰래 팔아먹는 55G 휘발유 드럼통에서 호스를 대고 입으로 빨아 5G 통에 받아 지프차 연료통에 넣어 주는일, 심지어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해병대중령 출신 현장소장의 다리까지 주물러 주는 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현장의 일이나 실습시절의 건축설계사무소 일이 열악했으면 그때라도 공부를 해서 진학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 시절을 낭비를 했으니 누구를 원망이나 할 수 있겠나. 원망은커녕 자식노릇도 동생노릇도 형노릇도 안 한 내가 참 바보스럽다. 그해 가을 앞의 그 친구는 역시 성북구청 옆 설계사무소에 다녀 보고 대학진학을 위해 재수를 하게 된다. 그래 다른 동창 한명과 셋이 어울렸는데 나는 역시 공부를 안했고 그들은 예비고사에 합격을 해서 대학진학을 하였고 졸업을 해 나하고의 인생이 다르게 되었지.

 

오늘은 여기까지 -

 

이제 숙소로 들어가 점심도 먹고 추위도 녹이고 찬바람 맞으며 영등포 문래동 철물단지의 갤러리로 조각구경을 가볼 예정이다. 페북 친구중 작은 거인의 조각전시를 한다니 가서 둘러보자.

 

- 2022. 12. 23. 올겨울 들어 가장 기온이 내려간 날에.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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