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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오늘이 가면 이제 2023년으로 접어드는데 나는 2022년 한햇 동안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뒤돌아 보면 역시 작년에 이어 일자리 이동을 여러 군데 하였고 그나마 그래도 기죽지 않고 나를 지키느라 발버둥을 치고 지냈다. 남들은 왜 다른 이들은 견뎌 내는 걸 못하느냐 하지만 나는 나여서 그들과 같을 수만은 없다는 답밖에 할 수가 없다. 그래도 해를 넘기기 전 막바지로 옮긴 여기 근무지가 여러 가지로 괜찮은 곳이라 천만다행이다. 뽑아준 관리소장님, 그리고 과장 경리분과 세명의 동료 기전주임들이 모두 잘 대해 주니 나도 열심히 근무해서 퇴직금도 받고 여기서 퇴직을 하기를 소망한다.

 

 

- 열번째 이야기.

 

 

- 그렇게 시작한 신교대에서 한겨울 추위를 겪게 되는데 날이 얼마나 추웠는지 내무사열을 받는다고  하얀 광목 베개피를 빨아 오라고 해서 신교대뒤 강물에 나가 두껍게 얼은 얼음을 깨고 베개피를 넣었다 꺼내면 바로 동태처럼 꾸득꾸득해지는걸 간신히 비누칠을 해서 빨았고 머리를 깎고 그 물에 머리를 감는데 얼마나 추운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이 머리가 얼얼했는데 아마도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고 지금 병사들은 참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식사당번 차례가 와서 사병식당에 사역을 가면 왜 그렇게 취사병들이 신병들을 괴롭혔을까 옆에만 가면 주걱으로 국자로 장작 패듯이 그렇게 주눅을 주고 괴롭혀 식당 사역이 오면 벌벌 떨다시피 했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 훔쳤는지 동기가 고기 한 덩이를 훔쳐 그걸 그 추운 강가에 나가 싸리 빗자루를 태운 불에 구워서 연필 깎는 칼로 베어내 나눠먹은 추억도 있다. 그 맛이 어땠겠는가. 그렇게 2주 정도 지나고 앞서 얘기한 동기와 둘이 일종 수령을 다니던 공병대 트럭을 몰고 온 선임에 이끌려 사단 공병대대로 가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의 자대보직을 받을 중요한 일이 생기는데 그 트럭을 타고 양평읍내에서 여주로 가는 길목의 공병대대로 들어가 원래는 인사과로 가야 하는 걸 작전과 사무실로 데려갔고 마침 작전과에 신병이 필요해 몇 달 선임이 반갑게 맞았고 우리 둘에게 글씨를 써보라고 하는 걸 나는 잘 못쓴다고 했고 동기는 두말 않고 써서 나도 썼더니 됐다고 하고는 둘을 모두 대대행정병으로 뽑아 작업중대로 가지 않고 행정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이등병으로 교육과 조수를 보게 되는데 사수도 겨우 일병을 단 전남 광주가 고향인 키가 멀대같이 큰 일병이었는데 집이 얼마나 부자인지 다들 속옷을 빨아 입는데 속옷을 빨지 않고 한번 입고 버리고 새 걸 사서 입었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 경우였는데 그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그리 잘 사는 집도 아니었고. 그리고 그 사수가 내가 뭘 크게 잘못도 안 했는데 사무실에서 내 조인트(정강이)를 군홧발로 차는 일이 발생을 하고 새까만 이등병이 그 큰 키의 바로 윗선임 멱살을 잡고 네가 뭔데 내 조인트를 까느냐 지금까지 장교에게도 맞지를 않았는데  하고 멱살을 잡고 밀어붙이니 과장은 저 놈 봐라 하고 선임하사는 얼른 뜯어말렸다. 당사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날 밤 그 동기들이 여섯 명이나 되어 선임들도 마음대로 대하지를 못했는데 새까만 쫄이 하극을 했으니 아니나 다를까 그 동기중 우리 쫄들에게 악랄했던 이동현(이름도 안 잊히고 내가 제대 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로 내려가다 올라오는 그를 만났는데 저도 나를 알아보고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반가운 척을 해 어떻게 하지 못하고 보냈다)이가 야밤에 집합을 시켰다. 그래 이등병이라도 내 후임들이 여럿 들어와 집합을 당하고 생각하니 동기도 그렇고 후임들이 나 때문에 혼이 날 거 같아 나 혼자 줄 앞으로 나가 이일병 님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저 혼자 기합을 받겠으니 졸병들은 들어 가게 해주십시오 했다. 그랬더니 한참을 생각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묻고는 그럼 이번일은 없던 걸로 할 테니 다시는 덤비지 말고 똑바로 해라 두고 보겠다 하고 해산을 시켰다. 그날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 뒤로 인천출신 조일병이 술만 먹으면 나를 찾아 지랄을 해서 그 뒤로는 그 넘이 술만 먹으면 나는 도망을 하고 그들이 얼마나 후임들을 괴롭혔으면 제대할 때 당시에 후임들이 돈을 걷어해 주던 포마이카 감사패를 해주지 말자고 했겠나, 그래 내가 그러지들 말고 해 주자 우리도 제대할 날이 올 텐데 하고 사단사령부 앞에 가서 맞춰다 제대할 때 주어 보냈다. 한데 하극은 나도 당하고 말았지. 그 얘기는 다음번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엊그제 근무한 곳에서도 월말검침을 했고 여기서도 오늘 수도검침을 하는데 두개 동중 먼저 검침한 한 개 동은 복도식이라 덜덜 떨고 내려왔다. 나머지 한 개 동은 오후에 해야 한다. 그래도 계단식이라 덜 춥겠지.

 

오늘 또 한 해를 보내는 섣달 그믐날이다.

아쉬움도 떠나 보내고 내년을 살아 보자.

 

- 2022. 12. 31. 잘 가라 2022, 그리고 잘 지내자 2023.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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