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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어제 오후 면접을 보러 간 청량리역전 사창가가 있던 동네에 하늘 높이 마천루 모양의 아파트가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뒤편 전농동에 있는 지은 지 30여 년 된 아파트의 면접을 봤는데 관리사무소가 너무 좁아 관리소장이 나를 데리고 지하주차장 한 편의 입주자 대표 회의실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첫마디가 이력서 마지막 근무지로 전화를 했더니 그런 사람이 근무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4차인지 5차인지 헷갈렸다 전화를 해보겠다 하고 같이 근무했던 기전 대리에게 전화로 물어 5차라는 답을 듣고 소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다니 솔직하게 얘기를 하겠다 올해가 아니고 작년에 근무를 했고 작년 2월 이후의 이력은 근무를 실제 했던 곳은 맞지만 65세가 넘어 제대로 근무하기가 힘든 곳을 전전해 사실대로 쓸 수가 없었다고 얘기를 했다. 그랬는데도 이 얘기 저 얘기 한 시간여 면접을 보고 잘 부탁드린다고 얘기하고 나왔다. 20여 년 동안 제일 긴 면접이었는데 결과가 좋아 2023.1.1부터 근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일곱 번째 이야기.

 

 

그렇게 3학년이 되어 일 학기가 끝나기 전에 전공과목 실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우선 좋은 회사나 괜찮은 설계사무소는 성적이 좋고 성실한 학생들 순으로 보내고 나같이 전공 공부도 공통과목 공부도 안 하고 선생님들에게 실망을 시킨 학생들은 자연히 순서가 뒤로 밀려 언제 실습을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이제는 생각이 가물가물한데 지금 병원에 계신 엄마가 학교에 가셔서 인사를 드렸는지 해서 당시의 영등포구청(지금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넘어가는 오거리에 있었음) 옆의 경원 극장 바로 옆 건물 4층 `우주 건축사무소`로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아마도 10여 년이나 그보다 더위의 선배 건축사 소장 명의로 열고 실제 주인은 같은 동기 선배였는데 이른바 허갓방, 소형주택 허가 내기 위주의 작은 사무소였다. 도면도 이미 사용한 도면을 수치만 고쳐 청사진을 떴고, 당시에는 트레 리싱 지라는 반투명 종이에 제도 연필(주로 일본제나 미제)로 도면을 그려 암모니아 통에 넣어 청사진 도면을 뽑아 쓸 때였음. 그렇게 실습을 하는 동안 누구의 소개였는지 천안 공고생 한 명이 더 들어오게 되는데 그 학생은 나와 다르게 성실한 학생이었고 나는 두어 달인가 지내고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고 거기에서도 선배가 운영했지만 지방 학생에게 밀리게 된다. 지금도 창피한 일이다. 그 후 실습이 끝이 나면 다시 학교에 등교를 해야 하는데 무슨 배짱으로 2학기 동안 학교도 안 가고 어영부영 고3 시절을 보내고 말았다. 아마도 동네의 대학 진학을 포기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훗날 내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기 시작을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얼굴이 벌게지고 자식이 볼까 민망하고 창피하다.

이만 오늘은 더 나가지를 못하겠다. -

 

오늘 새벽부터 싸라기 눈이 내렸는데 지금은 전국에 눈이 내리는 모양이다.

계속 안전안내문자가 들어오는 걸 보니, 대설주의보도 발효되고. 눈피해가 적게 지나기를 바란다.

 

- 2022. 12. 19. 오늘 점심 무렵에는 부천 소사동으로 어릴 적 친구를 만나러 간다.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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