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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어제 미리 알린 예보대로 서울에 눈이 많이 내렸다.

나이 먹고 보니 그전 젊어서 기다리고 좋아하던 흰 눈이 생활에 불편을 주는 애물단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 풍경은 아직도 설레는 그림이다. 그래 아침 퇴근 후 마포학습관에서 일기를 올리고 집에 들러 아내가 차려 주는 점심을 먹고 한잠을 한 후, 혼자 집에서 나와 양수리로 출발을 했다. 시간이 세시가 되어 잘못하면 해가 진후 도착해 눈 보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으로 홍대입구역에서 경의 중앙선에 올라 운길산역에 도착을 하니 해가 조금 남아 부지런히 양수철교로 올라가 겨우 풍경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두물머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돌아왔다.

 

 

- 다섯번째 이야기.

 

 

중학교를 다니며 공부는 안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이 학년 무렵 수업료가 나오면 바로 엄마에게 얘기를 해야 하는데 스스로 미안한 생각이 들어 통지서를 바로 내놓지를 못하고 가지고 다니다 한 번은 담임인 여선생님이 내가 동복이 떨어져 새로 사입은 걸 보고 반친구들 앞에서 등록금은 안 내고 교복을 사 입었다는 망신을 당했던 생각도 나고 3학년이 되어서는 당시에 유행을 하던 실내축구장이라는 놀이장에 학교 친구를 따라가 구경을 하다 단속을 나온 선생님에게 함께 있던 친구 둘 모두 이름이 적혀 담임선생님에게 교단으로 불려 나가 거구의 거인 손으로 볼 따귀에 불이 나게 맞았던 기억도 나는데 나는 용돈이 없어 치지도 못하고 구경만 했는데 억울하기는 했어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거기에 같이 치러 다니던 아이들은 그날따라 전부 빠졌던 슬픈 그림이 남아 있다. 그리고 3학년이 저물던 그해 12월 `국민교육헌장`이 발표되었는데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로 시작되는 300 몇 자를 고교 입학시험에 꼭 나온다고 달달 외우게 해서 지금도 기억이 나게 외웠었다. 그리고 고교입학시험에 단 한 문장이 나왔었다. 그리고 그달에 지금 굴레방다리 아현중학교 자리에 경기 공전과 같이 있던(경기공고는 문을 닫았고) 경서중학교가 마포형무소자리(지금 서부지원과 서부지청이 있는)로 교사를 짓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가까운 거리라 우리가 책상을 하나씩 들고 걸어갔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69년 1월에 졸업을 하고 각자 고교로 진학을 했다. 나는 중학교에서도 공부를 안 해 인문계로 못 가고 64명 중 40등 이하 학생들 40여 명이 서울공업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다. 최고의 공고이던 경기공고(기공)가 문을 닫고 경기공전 5년제가 되어 다음으로 서울공고가 전국 최고가 되었다.

그전 중3이 되던 1968년에 아버지가 다니시던 성북구 하월곡동의 작은 종이공장 `중앙제지`(파지를 모아 녹여 재생지를 만들던 공장)의 기관장에서 공장장으로 승진을 하시고 공장 옆의 개량한옥을 사서 사택으로 제공해 마당이 넓었던 신길동 초가집을 팔고 그 사택으로 이사를 해서 3학년부터 다니게 되었다. 그때 종암동과 삼양동에 살던 친구 넷이 어울려 다녔는데 둘은 공부를 잘해 인문계로 진학을 해 후에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둘은 서울공고를 나와 그래도 하나는 제대를 하고 대학을 졸업을 했고 나머지 하나 나는 끝까지 공부를 안 하고 그 좋은 이십 대를 버리다시피 보내 지금도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

 

-오늘 여기까지..

 

오늘 출근해 오전에 기전과장에게서 월말까지만 근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실력이 모자란다고. 순간적으로 창피하고 피가 얼굴로 몰렸지만 그래 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여기가 오래된 아파트라 고 칠일이 많아 그렇지 지금 아파트 시설관리는 예전 같지 않고 관리인원도 반으로 줄여 직접 일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웬만한 작업은 외주를 주는데 한 번의 실수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해 이 추운 엄동설한에 자기들이 면접을 보고 뽑은 사람에게 이렇게 대하는 건 아니다 당신들도 후에 똑같은 경우를 당할 거다 하고 말았다. 오늘부터 또 이력서를 보내야지. 얼마 전 다른데 면접을 보고 오라는 걸 여기 온 지도 얼마 안 되어 취소를 시켰는데 이 모양이 되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남의 선택을 받는 내가 참 안쓰럽지만 늙은 아내를 생각해 또 일어서야지.

찬바람에 눈에 무언가 들어가 눈시울이 붉어진다.

 

- 2022. 12. 16. 두어 시간이 지나면 안식일이 시작된다. 하나님께 安息을 간구해 보자.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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