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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17)

 

 

 

오늘 일요일 아침 퇴근을 하다 이촌역 4번 출구앞에서 앞을 막으며 도움을 청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기온도 쌀쌀한데 두꺼운 옷도 없이 파리해 보이는 분을 보는 순간 괜한 화가 나 겨우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장 건네며 추운데 왜 이러구 다니세요를 하고 말았다. 지금 학습관에 와서 일기를 쓰면서 그냥 한장 있던 만원짜리를 건네고 올껄 하는 후회가 온다. 나도 용돈이 없어 최소한의 체면 유지도 못하고 살아서 겨우 천원짜리 한장에 한마디를 하고 온게 후회가 된다. 할머니 마음이 상하셨으면 용서를 빈다.

내가 더 측은했던 것은 오늘 점심무렵 또 한달을 계시느라 서남병원으로 가신 엄마를 간병하는 막내 남동생을 보러 누이와 동생네가 가는데 벌써 삼년 가까이 엄마를 뵙지도 못하는 자식들이라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분이 더 측은하고 누구에겐가 화가 났던거다. 어찌 보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안동 고향에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이 화물트럭 운전을 하는 생각이 나서 톡을 보냈더니 맞다고 화물연대 시위에 동참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래 누가 옳은지 모르겠지만 조심조심하라는 답을 했었는데 바로 멈추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그 동생을 만난게 2,000년인데 동생은 서울 이문동 외대 정문에서 외대앞역으로 내려 가는 오른편 4층건물의 지하 생맥주집 사장이었고 나는 그건물과 다음 건물사이 작은 공간에 무허가로 만든 두평짜리 가게의 여주인 남편으로였다. 우리가 결혼후 부천에서 10년을 살고 다시 서울로 들어와 이문동 철길 건너에 있던 `이경시장`에 자리를 잡고 역시 작은 가게에서 패스트푸드점을 하다 일년반만에 보증금반을 까먹고, 연고도 없던 그동네로 가게 되었던 이유가 큰처남 회사 유통사업부에서 운영하던 `이경마트`의 확장후 코너 한자리의 세입때문이었는데 공사가 늦어져 권리금이 없었던 가게를 얻어 장사를 하게 되었다 IMF와 맞물렸고 꼭 그 이유보다는 운영을 잘못해 망하고 이경마트 코너도 아내 혼자 하다 마트가 타인에게 넘어 가서 내 놓고 나온 후 한참을 쉬다 겨우 얻은 가게였다. 그렇게 만나 서너달 후에 동생은 가게를 넘기고 번동으로 이사를 해 살다 고향 안동으로 아이들 데리고 내려 가서 살게 되었으니 서너달의 만남으로 연락을 이어 가고 있는사이다. 십여년 전에 나홀로 내려가서 두 내외를 보고 작년에 아픈친구차로 내려가 잠깐 제수씨만 보고 올라 왔었다. 그래도 시위가 끝이 났으니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아이들 잘 기른 제수씨도 대단하고. 앞으로 집안에 좋은 일이 이어 지기를 바란다.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게 사람살이니 말이다.

 

이제 숙소에 들렀다 엄마계신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마눌하고 다녀 오자.

 

- 2022. 12. 11. 일요일 아침 퇴근을 해서 평생학습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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