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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19)

 

 

 

오늘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아침 일찍 다시 이력서를 보내고 퇴근 준비를 한다. 거의 2년 이력서 보내기를 반복하느라 나도 지치고 지켜보는 아내도 벌써 지쳐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을 터이다. 친구들이나 누이 지인들도 식상하다 못해 지겨울 일이지만 당하는 본인만큼이야 하랴. 물론 내 탓임은 알고 있지만 나름 억울하고 속상한 경우가 더 많은데 타인들이야 이해 불가한 경우라 내가 순전히 자존심이 강해서라고 한다. 이 나이에, 이 연세에 무슨 자존심이 그리 세서 그럴까. 다만 내가 일하는 걸로 판단을 해야지 시키는 대로 군말 말고 행동하라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닌가. 최소한의 의사표시도 못하게 하고 마치 자기들, 관리소장이나 기전과장이 무슨 대단한 벼슬로 생각하고 주민 당사자들보다 더한 갑질을 하는 웃기지도 않는 짓들을 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의 경우 동료들은 요령껏 대응을 하는데 나는 그걸 제대로 못해 이렇게 수모를 당하고 다니지. 연말이 지나기 전에 구직이 되어야 마음 편한 세밑을 맞을 텐데.

 

오늘 오전에는 작년 이맘때 잠깐 근무를 했던 아파트 전임자였던 분을 내가 뭘 묻느라고 통화를 시작하고 같은 또래라 계속 전화나 톡으로 소통을 하고 지낸 특별한 경우인데 바로 당사자분을 만나기로 해서 뵈러 나간다. 삼각지 로터리, 아마도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처음 대면을 하기로 했다. 나와 다르게 어려운 여건에서 엄청난 노력을 한분인데 그에 비하면 나는 좋은 조건을 내버린 경우라 조금 민망하고 그렇지만 새로운 인연을 처음 대하는 기대도 있고 그렇다. 상대편에서 실망을 말아야 하는데. 일단 만나 보기로 하자.

 

어제 퇴원을 한 아들은 어떤가 궁금한데 아비가 면회도 가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더라는 아내의 전언에 크게 다쳐서 입원을 했으면 왜 안가 보았겠나. 하나를 더 낳아 키웠어야 했거늘 늘 후회막심이다.

 

그래서 두 놈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 아내에게 더 미안하다. 아들 녀석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내가 우겨서라도 하나 더 낳아 형제를 만들었어야 하는 걸 `내 인생은 어떻게 할 거야`에 아뭇소리 못한 내가 지금도 후회스럽다.

 

추위가 잠깐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다.

 

- 2022. 12. 19. 퇴근길에.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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