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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오늘 아침 출근길 만원 경의 중앙선으로 갈아타기 전에 연희삼거리에서 시내버스를 탔는데 역시 출입문 안부터 사람으로 꽉 차서 간신히 들어가다 뒤쪽을 보니 공간이 남아 있는데 바로 앞의 젊은 처자가 들어갈 생각이 없이 몸만 조금 앞으로 숙여 주었다. 그래 양손에 비닐 쇼핑백을 들고 밀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공짜 전철을 탈 수 있어 웬만하면 연희교차로나 연희삼거리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걸어 나가는데 오늘은 짐이 있어 세정거장 버스를 타고 힘들게 홍대입구역에 도착을 했다. 요즘 전에는 버스를 타면 운전기사분들이 안으로 들어가시라고 몇 번씩 얘기를 했는데 요즘은 그 얘기도 오늘 아참 아주 오랜만에 들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안으로 들어가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얘기를 해야 듣지를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들 생각만 하고 버스를 타고 자기만 서면 다음 사람은 아예 상관을 하지 않고 타든 말든 자기 폰 때문에 앞사람 뒷목이 불편해도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다.

오늘 나의 습작일지 시작하는 날에 이렇게 서두를 떼게 된 것은 오늘부터 연재를 하는 이 소설이 내년에 칠십을 바라보는 늙은 사내의 삶의 返追이기 때문이다.

 

- 첫 번째 이야기

 

幼年시절

아마도 지금까지 내 어린 날 최초의 기억은 바로 내 아래 네 살 아래 동생이 태어나던 날이다. 그날 아버지를 따라 신길동 우리 집에서 영등포시장으로 땔나무를 사러 갔다 해가 뉘엿뉘엿 기와공장이 있던 언덕 넘어 하늘로 넘어가는데 시자에서 돌아와 대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누군가 동생을 낳았다는 얘기를 했고 응애하고 아기 울음소리가 났던 기억이다. 그리고 역시 다섯 살 무렵 등이 꼬부라져 기역자 모양으로 다니시던 할머니 등에 업혀 동네를 돌다 `이 눔 새끼 다 큰 놈이 할머니 등에 업혀 다니냐` 고 호통을 치던 내 동갑내기 친구 기택이 엄마가 야단을 치던 기억, 하나 더 아마도 할머니 생신날이었으니 추석이 지나고 닷새 뒤인 팔월 스무날이었을게다. 당시의 동네에서 유일했던 초가집에 마당이 넓었던 우리 집 사랑방 격인 부엌 옆방 조금 넓은 툇마루에 앉아 있는데 같이 앉아 있던 띠동갑 맏누이가 일어서면서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 못 뵈던 아주머니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작은엄마라고 부르던 소리가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다.

 

1960 일곱 살(그것도 호적으로는 여섯 살, 만으로 5세. 1955년생)에 국민학교를 들어가서 그해 가을 음력 시월 스무날에 병을 앓던 엄마를 잃어 그냥 흐느껴 가며 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위로 누이가 셋, 맏누이가 열아홉 막내 바로 내 아래 남동생은 세 살(1958)에. 이제는 낳아준 엄마의 얼굴도 모습도 기억에 없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역시 돌아간 맏누이가 많이 닮았다고. 그렇게 엄마를 잃고 맏누이가 살림을 대신하다 삼 년 후에 아무래도 집안 살림도 그렇고 우리들도 어리고 아버지가 다니시던 멀리 성북구 하월곡동의 종이공장에서 일을 하던 아주머니의 소개로 지금 병원에서 말씀도 못하시고 식사도 대용식으로 대신 잡숫는 엄마가 딸 하나 데리고 사시다 아들이 부러워(엄마 얘기) 오 남매 둔 홀아비에게 살림을 합하셔서 막내 남동생을 보시고 우리를 키워 출가까지 시켜 주시고 末年에 저 고생을 하시는데 아마도 내 추측으로는 당신이 낳은 우리 막내 남동생이 장가도 안 가고 홀몸이라 더 못 가시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도 불쌍하고 이십사 시간 간병을 하는 동생 보기는 더 딱하고. 그리고 맏아들인 내가 맏이 노릇을 못해 가슴이 매일 무너지고.-

 

오늘 여기 이촌동 아파트에 네번째 근무를 하고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 대다수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직원들과의 인간관계가 비슷하다. 그러려니 하고 서로 돕고 지내는 방법밖에 뭔 수가 있겠는가. 주민들께 고마운 마음으로 대하고 조금 서운하게 대하는 분들에게도 마음만은 최선을 다하려 노력을 한다. 물론 항상 변수는 있지만.

 

- 2022. 12. 8. 며칠 춥더니 기온이 많이 올라갔다. 이촌동에서 "늘근 사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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