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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일기

옥탑방 일기. 열




보통 두 달에 한번 머리를 깎는데 이번에는 석 달이 지나고서야 이발을 했다. 여기 옥탑에서 가까운 큰 교회옆에 이발소가 있고 가격도 요즘 말로 착한 오천 원이다. 이사 온 지 칠 개월인데 처음 올 때는 근무지 방향이라 지나치기는 했어도 이발소 머리를 깎은 지 오래라 망설여졌고 근무지를 옮기고는 지하철역으로 나가는 골목의 반대편이라 더 멀어졌다. 엊그제부터 아내도 그러고 내보기에도 싫어 깎으려고 바로 집 앞 남자미용사의 미용실에 가려해도 십일월 면접 가는 길에 들어갔을 때 남자미용사고 예약제로 한다고 해 며칠을 봐도 문도 닺히고 전번도 없어 어제 이발소에 가니 휴일이었고 드디어 오늘 오천 원 이발소에 가서 기다리다 깎고 왔다. 미안해서 천 원을 더내고 왔는데 정작 이발사 분은 나처럼 작은 키에 무릎아래 반바지에 러닝바람의 얌전하신 분이고 정작 당신은 얌전한 가발을 쓰고 계셔 속으로 웃음이 났다. 하여튼 재개발 전의 동네에서 종로 탑골공원 일대보다 싼 가격에 좋은 일을 하고 계시니 福받을 거라는 생각이고 삼개월지나 머리를 깎아 기분이 좋다. 이제 뭘 먹고 요리 배우러 간 아내를 모시러 가자.

- 2024. 4.17. 옥탑방 문을 열어 놓고 봄기운에 젖다.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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