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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 지난한 세월.

 

 

 

1987. 7. 3 장가를 갔으니 이제 서너 달 후에 37년을 맞는다.

빈손으로 무슨 배짱이었나 서른넷이 되어 장가를 갔다. 그때 만난 아내가 아니면 장가를 못 가고 말 거 같은 느낌이 있었을 테고 힘들고 고생이 되어도 그전, 장가를 가기 전과 다르게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살아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을 테지만 아내는 무슨 생각으로 죽어도 못주겠다는 장모님 말씀과 나중에 알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거보다 둘이 살면 맨날 부딪쳐 못 살 거라는 동갑내기 처남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집오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고생을 자초를 해서 대놓고 후회도 못하고 살았을 테다. 그렇게 서른넷서른하나에 결혼을 하고 그 해 아들 하나 낳아, 둘이 장사한다고 남보다 잘 돌보지는 못했어도 그래도 내놓고 기르지도 않았다. 시장통에서 부부가 하루 종일 장사에 매달려 아이들끼리 자란 아이들도 잘 자라 주었건만 커서 하는 소리가 자기는 어렵게 자랐다고 하고 아비는 어려서부터 저를 미워만 했다는 말에 그래서 모든 게 부모잘못인양 세 식구 모두를 지금까지 힘들게 한다. 지생각이 모두 맞아도 이제는 저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비도 늙어 취업도 간신히 이어 가고 엄마도 저하나 치다꺼리하느라 외려 일해서 벌어 오는 아비가 후순위인걸 모르는 게 안타깝다. 내가 맏아들 노릇을 못해 평생을 후회하고 사는 게 힘들어 적어도 닮지는 말기를 바랄 뿐 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데 주위에서는 더 신경 쓰고 잘해주라는 말들을 해서 답답하다. 어째 나의 미련한 부분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모자라 한 수를 더 떠 아비가 그만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이렇게 아비 에미가 숨이 막히고 대책이 없는 그런 단계까지 만드는지 그냥 깜깜하다. 너무 막막해 아주 끝을 보려는가 그것이 궁금하다.

(애비를 아비로 수정해서 바꾼다)

 

- 2024. 4. 14. 근무지에서 저녁을 맞았다. "연희 나그네" -

 

D + 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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