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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63)

 

 

 

오늘 아침 퇴근해 여기 학습관에 들러 가방을 두고 연희동 사러가로 가서 또 다른 가방에 담긴 찬통과 일부 소지품을 두고 나오려고 준비를 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몇 해 전에 동대문 굿모닝시티에 함께 근무하던 나보다 나이가 위인 분이다. 지금은 무얼 하시느냐, 일을 한다고 했다. 신촌로터리부근이고 일 년이 되어 가는데 연희동 살던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 했고 내친김에 오늘 시간이 나면 들러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서로 안부가 끊어지고 당시에 주임을 하던 이도 내가 가끔 톡을 보내다 그마저도 답이 없어 모두 연락처를 없애고 말았는데 그래도 손위 분이 내 생각을 한 것도 고맙고 마침 갈 데도 마땅치 않아 부리나케 연희동에 들러 신촌대로변 근무지 오피스텔로 가서 만나 지난 얘기 나누고 한 건물 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끔 전화나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이가 나보다 훨씬 많아도 일하려는 의지와 기능사자격증이라도 있어 몸도 약간 성치 않은데 취업을 하니 내가 보고 배워야 할 일이다. 그리고 친구든 동창이든 전동료 들이든 내게 먼저 연락을 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데 지난봄에 미국에서 귀국했던 고교동창에 이어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지금까지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내가 보고 싶어 먼저 연락을 한 지인들이 과연 몇이나 있었나, 아마도 항상 내가 연락을 했지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 그냥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그러려니 하고 산다.

이번 근무지 역시 불안정하기는 매한가지인데 일단은 몸 사리고 근무를 해야 한다. 자체관리라 용역회사 소속도 아니고 소장이 공석이라 입주자대표회장과 계약서를 쓴 데다 기전과장 방재과장 모두 8월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경리과장도 일 년 근무를 마치고 8월 말일에 사직을 하고 나하고 맞교대하는 3년 경력 시설과장만 남는다. 지난 코오롱처럼 또 어떤 소장이 올까 신경이 쓰이지만 그래 이제는 얼굴에 비닐 랩이라도 깔고 견뎌보자. 일자리 순례는 일상으로 이어 가고 말이다.

 

수목전지 때문에 나를 뽑았다니 찬바람이 불면 오전에 조금씩 시작을 해서 겨울이 올 무렵 3개월을 넘겨 보도록 하자. 견디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르지 않나.

 

- 2023. 8. 24. 결국 일본이 후꾸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를 시작했다고.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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