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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作日誌

"그 사내, 뒤를 돌아 보다"

 

 

 

오늘 아침 퇴근길은 기온이 올라 모자도 쓰지 않고 맨머리에 목도리만 두르고 안국역에 내려 윤보선가를 지나는데 오늘도 광명시에서 여기 안국동까지 도매시장에서 꽃을 다발로 사가지고 와서 벤치 위에 올려놓고 주위 사무실 여직원들에게 아침에 잠깐 팔고 가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몇 년 전에 정독도서관 오는 길에 처음 뵙고 얘기를 나누게 된 분이다. 어서 팔고 가시라고 돌아서 걷다 따뜻한 음료라도 나눌까 하고 재동국교옆 편의점에서 쌍화탕 두 개를 사서 돌아가 한 병씩 마시고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 열아홉 번째 이야기.

 

- 그렇게 부천시 심곡동에서 우리의 살림이 시작되었는데 식을 올리고 살림이 시작되었어도 취직이나 일이나 결정도 못하고, 취직은 직장생활을 바라지 않아 나에게 시집을 왔으니 후순위였고 무슨 종류가 되든 장사를 해야 했는데 자본도 경험도 없었으니 쉬운 일이 아니라 우선 그 동네에서 뚜렷한 기술도 없이 연탄을 때는 방도 고쳐 주고 잡다한 막일을 하는, 아내 친구의 남편과 아는 이를 따라다니며 보조를 했는데 그 사람도 계산이 바르지를 못해 며칠치 노임을 받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이 죄를 짓고는 못 산다고 그 후 그 집 처형의 딸이 우리 집안 조카네 며느리가 되어 대방동 해군회관 예식장에서 20여 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다 고교 동창과 연결이 되어 그 친구가 인천 5 공단 영창악기의 공장 내부 공사를 맡아 그 현장에 가서 그의 손위 처남과 함께 막일을 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자고 며칠에 한번 심곡동 셋방에 들리는 생활을 하던 중 우리 아이가 태어날 때가 가까운 어느 날 아내에게 산기가 있다는 연락이 와서 급히 갔더니 아내가 느긋하게 입원할 준비를 하고 있어 어떻게 된 거야 하니 그날 낮에 아내 친구네와 원미산에를 올랐는데 산통이 왔다는 거다. 내가 따라간 당신이나 해산이 가까운 당신을 데리고 간 이들이나 참 한심하다 하고 우리 엄마께 연락을 해서 오시고 그날 바로 집 가까이 있던 대성병원(지금도 있음)에 입원을 해서 그날 출산을 하게 되는데 엄마와 병원 분만실 앞에 앉아 있다 엄마가 출산대기실에 들어갔다 나오시더니 네가 들어가 봐라 너를 기다리는 거 같다 해서 출산대기실에 누워 있는 아내 곁에서 대기를 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도 애기는 나오지 않고 그렇게 새벽까지 고생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날이 주말이라 담당의사도 없었고 담당간호사도 경험이 없는 초임이라 아이를 낳으려면 아래에 힘을 주어야 하는 걸 남자인 나도 알고 있었는데 아내도 몰랐고 간호사도 얘기를 해주지 않아 오랜 시간 고생을 하고 말았다. 내가 듣고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나도 아는 걸 여자가 그도 노처녀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웃음 밖에 나올 수 없었지. 그렇게 1987. 10. 30에 우리도 父母가 되었다. 우리 엄마가 며칠 해상관을 해 주셨고 그 뒤는 아마도 돕는 분을 불러 도움을 받았던 걸로 기억을 한다. 우리 장모님께서는 그때 집에서 유리문이 넘어져 팔을 다치셨었나 해서 해산한 딸도 외손주도 바로 못 보시고 아마도 한참이 지난 뒤 오셨을 테다. 우리 엄마와 장모님 두 분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올 만한 분들이다. 우리 엄마는 생각이 바르고 행동도 바르셔서 동네에서도 인정하던 분이고 우리 장모님은 그와는 반대로 당신 가꾸기, 그리고 자식들의 바른생활 덕분에 겉으로는 큰 어려움 모르시던 분으로.

 

- 오늘 여기까지.

 

정독도서관 디지털자료실 무료컴 사용예약시간이 다 되었다. "늘근 사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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