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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1,010)

 

 

 

오늘 아침에도 날씨가 흐린 가운데 일요일 출근을 하며 보니 어젯밤에 넘치려던 내 숙소의 공동세탁실 안에 양수기가 보이고 고인물이 없어 어제 저녁에 막힌 배수구를 뚫었던 모양이었다. 2년이 넘게 사는 동안 내 빨래는 근무지에서 빨아 입어 내 숙소에 있는 세탁기도 쓴적이 없고 공동세탁기도 거의 쓰지를 않았는데 지금 근무지는 신축이라지만 소규모 주상복합에 아파트 세대가 134가구, 상가도 1.2층 합해 48군데뿐인데 그나마 아파트도 임대용중에 공가세대가 있고 상가도 분양이나 세입을 합해 22군데 뿐이라 경비원도 아직 없고 관리실 직원들의 기본 편의시설도 없어 미화원이나 우리 기전주임 둘도 세탁도 못하고 식사 준비도구도 딸랑 전기밥솥 하나뿐이다. 그래 밥이라도 해먹는이는 나혼자고 빨래도 각자 집에서 하는 형편이다.

그래 할 수 없이 숙소의 공동세탁기를 두어달 썼는데 얼마전에 관리를 하는 노인할머니가 내 룸의 세탁기를 쓰지 않고 공동세탁기를 써서 다른 이들이 쓰지를 못한다고 억지를 부려(하루 종일 쓰는이들도 없는데 아마 이른 아침에 두어번 돌릴때 동포아주머니가 그 시간에 가끔 돌리는지 얘기를 했다나) 결국 주인 양반과 통화를 했다. 내 베란다에 있는 고물 드럼세탁기를 쓰면 그 물이 빠지는 배수구멍도 막힐 가능성이 있다, 혼자 쓰는 양으로 막히지 않을테니 그냥 사용을 하라는 얘기로 끝을 맺었다. 그래도 여러가지가 블편해 도둑쓰듯 한가한 시간에 사용을 했는데 어제 보니 호스가 구멍에서 빼져 있고 물이 구멍에 고여 있는걸 아무 소리나 표시도 없어 돌리고 얼마 후 가보니 문턱안에 물이 찰랑찰랑 고이고 전등도 나가고 세탁기 전원도 꺼져 있어 철렁하고 빨래를 꺼내다 숙소에서 손으로 헹구고 탈수도 못하고 널고 말았다. 어제 오랜만에 같이 들렀던 마눌이 다시는 쓰지 말고 우리 것을 쓰라고 하고 돌아 가고 혹여 싸우기 싫어 저녁내 숙소에 있다 아침 출근을 했다. 세입자의 서러움에 반지하 서민의 서러움이다. 나도 이 계통 일을 하지만 벌써 몇번째 저렇게 막히고 지난 달에는 내가 저녁에 들어 가다 복도에 물이 고여 있는걸 보고 관리인에게 전하고 각방의 문안 쪽에서 물이 스며 올라 난리가 났었다. 지대도 조금 높은 동네인데 자주 저러면 근본적으로 해결을 하던가 반지하는 세를 놓지 말아야지. 사는 사람이야 월세가 적으니 살 수밖에. 내가 이사가기 전에는 방안에 까지 물이 찬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침에 보니 그 일은 그렇게 해결이 되었고 어제 세번을 가서도 사지 못한 노트를 오늘 오후 잠깐 짬을 내 또 갔어도 역시 리어카가 안나와 옆의 도너츠 아주머니께 얘기를 해서 노트리어카 주인과 연락이 되었다. 낙원상가 바로 앞의 작은 헌책방 주인이 같이 하는 장사인데 그 양반 얘기도 그 노트가 더 나오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 그래 줄있는걸로 열권을 달라 했는데 줄있는게 일곱에 줄없는거 세권을 가져 가라, 그렇게 열권을 사가지고 돌아 왔다. 성경 어느 구절까지 쓸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앞으로 한참을  노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일요일 근무 일과 시간이 끝나 간다.

오늘도 무사하게 마치고 저녁근무를 하도록 하자.

 

 

- 2022. 11. 13. 오늘 전태일 열사 52주기인걸 미쿡동포 친구님의 게시에서 알았다. 쬐끔 부끄러웠다.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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