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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991)

오늘 하루 겨우 해도 나고 비가 멈추었다.
오전에는 출근을 늦추고 서대문구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 들러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 아홉시가 지나 순서대로 검사를 받았다. 그 십여분 동안 구청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확성기를 틀어 놓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는데 세상의 법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아무도 막지를 못하는걸 보고 참 기가 막혔다. 구청직원들도 엄연한 직장인들이고 그들의 기본권도 있는데 이른 아침 출근 하는 직원들을 무엇으로 보고 그러는지 속으로 욕이 나오는걸 참고 견뎠는데 그래도 다행히 아홉시 정각이 되자 거두어 사라졌다.

오늘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받은 것은 일요일인 7일부터 이유 없이 마른기침이 계속 나기 시작을 했고 조금 가라 앉기는 했지만 이어 지고 어제 저녁에 바람쐬러 숲길공원으로 나가 돌아 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 단골미장원에 우산을 얻으러 가서 어 목소리가 가라앉네 하자 원장이 바로 코로나라고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하고 어줍잖은 손님이 덩달아 맞장구를 쳐서 기분도 찝찝해 출근도 늦추고 검사를 받았다. 오늘이나 내일 결과를 알려 준다니 비우고 기다려 보자. 그 外에는 아무런 증상도 없으니.

이곳 근무지에 온지 두달이 지났다. 근무여건이 열악하지만 웬만하면 견디려고 했는데 동갑내기 장기근속 주임이 무엇이 삐졌는지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둘이 한조라 신경이 쓰인다. 왜 그러느냐 묻기도 그렇고 해서 며칠째 말없이 지내고 있다. 내 입장에서야 새식구에게 조금 베풀면 좋지 않은가 하는데 그만큼 나도 선임대우를 하니 말이다. 가족문제 그리고 내일 조정문제 등등 참 복잡하고 문제적 人間이다 내가.

헤쳐 나가 보자 꿋꿋하게.

-2022. 8. 11. 근무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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