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희동 일기

#.연희동 일기(632)







  




아침 퇴근해 마포평생학습관에 오는 길 홍대입구역 9번출구에서 올라 오면 바로 홍대로 이어

지는 길인데 오후부터는 떡볶이 포장마차가 줄지어 장사를 하고 맞은편에는 요즘 무슨 한정판

운동화를 밤새워 기다리다 사는 신발집도 있고 거기를 지나면 바로 걷고 싶은거리와 한때 적

십자 사장인가를 했던 김성주의 가게도 나오는데 우측 골목길로 접어 들면 양쪽으로 로데오

비슷한 거리다. 바로 거기를 돌았는데 이 추운 겨울에 얇은 옷을 걸치고(입었다고 할 수 없는)

덜덜 떨며 무슨 납짝한 상자에서 라이타를 꺼내 줏은 꽁초에 불을 부치는 정말 초췌한 노숙인

을 보았다. 걸음을 이을 수가 없고 까닭없이 눈시울이 붉어져 한참을 지켜보다 얼른 편의점으

로 뛰어 가서 빵두개와 따뜻한 음료 한병을 사가지고 부리나케 내려갔더니 막 휴지통을 기웃

거리다 걸음을 옮기는 이를 불러 길옆 누가 박스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데에 빵과 음료를 놓고

먹으라 했더니 겁먹은 얼굴로 쳐다 보다 외면을 해서 병을 따서 놓고 먹으라고 하고 다시 가던

길로 가면서 돌아 봤더니 빵을 먹기 시작해 학습관으로 오면서 그래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지만 작금의 이 나라 정치판을 확 때려 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뿐이지만. 일개

소시민인 나도 이렇게 안쓰럽고 어제 저녁 TV에서 하리수라는 연예인을 보면서 느낀 그래 어

찌 되었든 저사람도 본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으니 지켜 봐주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우리집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런 의견을 내는 나는 참 철딱서니가 맞다.


그래도 모두에게 따뜻한 세모가 되면 좋겠다.




-2019. 12. 30. 학습관 자료실에서 "연희 나그네"-





                                                                                D + 2,582

'연희동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희동 일기(634)  (0) 2020.01.01
#.연희동 일기(633)  (2) 2019.12.31
#.연희동 일기(631)  (0) 2019.12.29
#.연희동 일기(630)  (0) 2019.12.28
#.연희동 일기(629)  (0) 201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