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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근소년의 방랑기

# 해마다 이날이 오면




그날의 기억으로
              -박 지운-


장가가기 전날밤에

잠을 잘 곳이 마땅치 않아
신길동 집안 당숙모댁에서
동갑내기 당고모 아들과
하룻밤을 자고
예식장으로 가는길
역곡에 얻어 놓은 가게 딸린 방에
예복에 맬 넥타이를 두고 와
신부친구에게 부탁해
겨우 가져온 걸 매고
신랑입장을 하면서
기쁨보다는 살아갈 걱정에
정신이 팔려
공중을 걷는 느낌이었어.


무더운 날씨였지만
햇빛은 쨍하니 빈혈을 만들고
나이찬 신랑과 신부는
그래도 웃음보따리.
결혼기념 사진첩에는
깊게 허리숙여 맞절하는
키 작은 신랑이
우스운 그림을 그렸다.


지내온 삼십년의 숨가빴던 날들이
오늘 나의 뿌연 망막에
영화를 찍는다, 장편영화를.




-2017. 7. 3. 하루종일 흐린날에 "방랑자"-






                            D +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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