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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詩想

ㅇ연작;함께 살아보기(아홉)

 

 

 

마눌 이야기
- 박 지운 -

그 시절에는
남자는 서른즈음
여자는 두 서넛 아래
그렇게 만나 혼인(ㅎ)을 하였는데

우린,
서른넷, 하나에 만나
처음 만난 그 해 한여름
민주향쟁의 불길이 전국에 타올라
넥타이 부대까지 도심으로
뛰쳐 나오던 즈음인
1987년 7월 3일에
그것도 쉬는날 부담주지 않겠다는
신랑의 거룩한(ㅋ)뜻에 따라
평일 날(요일은 잃어 버렸음),
합정동 언덕에 있던 <규수당> 에서
부ㅂ가 되었습니다.

신랑은 준비가 아니 되어서
신부는 좋은 자리 다 뿌리치고
마음에 드는 사람고른다고
칠남매중 장남에 일년에 기제사만
여섯번인 저에게
하나님 열심히 믿는 처자가
시집을 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 만남이
이제 이십칠년을, 후회도 못하고,
아들 하나 키우면서 세식구가 되어
아직도 어려운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선택받은 하나뿐인 "남의편"은
지금도 철 덜들어 마눌 가슴에 울렁병을
만드는데 허나 우찌하겠습니,,,
그래도 여차하면 둘 뿐인데,
오늘 마눌이 체니때 만든 쟁반사진 올리면서
이렇게 추억의 상념에 젖어 봅니다.

- 2015.8.10 남산 중턱의 근무지에서, 방랑자가 
  이 땅의 모든 마눌님들께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