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 추위가 찾아 왔다. 이 일기를 처음쓰던 2012년 그 무렵에도 가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내가 얼마나 민감해지는지 여러번 올렸었다. 살아 오는 과정에 제일 힘들던 시절이어서 더 그랬지. 또 설명을 하자면 1987 서른넷이 되어 빈손으로 장가를 가서 아무장사라도 해서 먹고 살겠다고 지금 아내에게도 얘기를 하고 아는 사람없는 부천으로 나갔는데 얼마나 철없던 사람들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백수로 지낸 시절이 많아 그렇다 해도 직장생활을 칠,팔년을 했던 아내도 그냥 좋으면 사는줄 알았다니 참, 갸륵한 노처녀가 나를 살리기는 했지만 두 쑥맥이 만나는 바람에 둘다 더 고생을 했지. 1987.7월에 식을 올리고도 거의 이년을 정해진 일없이 이거 저거 날일을 하다 1989에 부천 소사 괴안동 입구의 '조공아파트' 동네로 가서 마침 아파트 옹벽아래 노점 자리들을 잡기 시작해 하나 남은 자리를 잡아 사팔짜리 합판으로 좌판을 만들어 시작을 했다. 종잣돈도 없어 돈이 적게드는 과일을 팔기로 하고 마침 딸기철이라 부천도매시장에 아내가 아침일찍 가서 두다라 정도를 떼어다 팔기 시작을 했다. 헌데 바로 옆자리에 바로 그 부천깡에서 장사를 익힌 또래 젊은이들 둘이 나타나 딸기를 팔기 시작을 했지. 좋은 물건 싸게 사다 싸게 파니 우리가 당할 수가 없어 결국 일주일만에 칠만원(당시 우리 수중에 있던 돈이 삼십만원이 안되었음)을 날리고 업종을 바꾼게 한참 유행하던 '수입코너' 였다. 좌판에 무슨 수입코너하고 생각하겠지만 그 생각도 아내몫이었고 당최 나는 뭘 어째야 할까도 생각못하는 멍충이였다. 좌판에 그릇 두세트와 악세사리 등등을 갖추고 시작을 한게 장시간이면 동네 젊은 주부들이 몰려 물건 설명하느라 입에서 단내가 났다. 그렇게 시작을 해서 가을이 오기전까지 밥은 먹고 살다 가을이 되어 찬바람이 불기시작하고 겨울이 다가오니 장시간에 내려 오는 주부들도 줄어 들고 그해 겨울은 또 얼마나 춥고 눈도 많이 오는지 그 좁은 시장골목길 눈치울데가 없어 가운데 산같이 쌓아 놓고 포장만 있는 노점이라 얼마나 추운지 온몸이 떨렸지만 생물처럼 손님이 드나들지도 않고 손님을 기다리는 품목이라 철판으로 만든 등받이 의자에 물을 넣고 아래에 가스불판을 깔아 의자를 따뜻하게 하는게 유일한 난방이었으니 얼마나 추웠겠는가. 그렇게 겨울을 나고 살아 남아 봄에 다시 장사를 키워 옆자리도 사서 넓히고 그렇게 장똘뱅이를 해서 우선 먹고는 살았지만 어린 아들하고 아내하고 셋이 고생한 기억에 지금도 눈물이 난다. 상가에서 민원을 넣어 툭하면 철거당하고 다시 치고 장사하고 그런 시절을 살아 오늘처럼 추위가 시작되면 지금도 가슴이 서늘해 진다. 전보다야 나아졌지만.
-오늘 여기까지.
- 2024. 11. 18. 근무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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