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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그만 물렀거라.

 
 
 
며칠 전부터 겨우 그만하던 더위가 좀체 물러가기가 싫은지 계속 무덥다. 
더위도 계속되는데 오늘은 근무도 신경이 쓰여 결국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았다. 같이 기전주임으로 들어와 아마도 인건비를 줄이려고 3교대를 맞교대로 바꾸고 한 사람을 주간근무로 돌리고 보기 좋게 기전대리로 이름한 걸 무슨 직급이 높은 윗사람행세를 하고 자기 말이 법인양 지시를 한다. 그런가 보다 하고 삼 개월 동안 맞춰 줬는데 자기 기준으로만 일을 시키고 여기 법에 따르라고 하는 말이 얼마나 부당한 건지 알지를 못하고 얘기를 해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만 하는데 오늘은 결국 못 참고 말았다. 아무리 퇴직금이 필요해도 내 양심을 속여 가며 일을 할 수는 없다. 사무실이고 기계실이고 대기실까지 아무도 치우고 정리를 하지 않아 건축면적 자체가 작아 협소한 곳을 더 좁게 쓰고 있어 가는 곳마다 그렇지만 불편한 내가 삼 개월을 치우고 정리를 해서 누가 봐도 훤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치우고 정리하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아무 말하지 말고 비록 그 지시가 틀리더라도 그대로 하고 말도 먼저 하지 말고 듣기만 하고 혹여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더라도 나 혼자 있을 때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구나무를 서더라도 혼자 삭여야 신상에 좋다.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낼 거면 그만둘 각오를 하고 해야 한다. 오늘 도저히 안 되겠어서 아내생각이 났지만 결국은 소리를 질렀더니 인사권자는 듣기만 하고 있는데 어쭙잖은 사람이 그럼 자리 찾아가야지 해서 더 치밀었어도 같지 않아 참고 말았다. 사무실에는 겨우 기전이 쓸 수 있는 컴이 한대 있는데 주간에는 쓸 수가 없고 일과시간이 끝나는 오후 다섯 시 반이 지나 사무실 근무가 시작돼야 쓸 수 있고 그나마 교대근무자의 본체에 모니터만 사무실 것이라 게임이 내장되어 복잡하다. 그래도 아쉬우니 써야 일기라도 올리고, 그리고 대기실에 있는 TV겸용 컴은 주간근무자 전용으로 근무 중에는 TV전용이고 그 이후에 우리는 사무실로 근무지를 옮기기 때문에 컴사용은 해본 적도 없다. 역시 주임자리에 있는 구형모니터와 본체도 교대자의 물건인데 사용법이 복잡해 건드리지도 못한다. 그러니 근무날 작업시간 외에는 내 폰을 보거나 책을 봐야 한다. 며칠 전에는 그 더러운 기게실 물청소도 했는데 해봐야 표도 안난다고 하고. 이런 상태도 그냥 참고 여기 법대로 따르라는 얘기다. 최소한의 직원에 대한 기본대우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너희들 월급을 주고 나이 많은 당신을 고용하는 것도 고마워해야지.
아,
하루 종일 배는 고픈데 이 노릇을 어쩌랴.
 
- 2024. 8. 30 강남구 삼성동 근무지에서. "연희 나그네" -
 
D + 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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