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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 일요일 아침 都心巡禮.

 

 

 

어제 토요일 근무라 안식일예배도 오후 다섯 시 생질조카의 딸 결혼식에도 못 가보고 하루 종일 콧물에 기침에 혼이 났다. 웬일로 아침에 보낸 톡을 일찍 보고는 하루 종일 전화도 톡도 없이 지금까지도 꼼짝을 않는 우리 대단한 마나님께 경의를 표한다. 아침 퇴근을 하고 바로 옥탑으로 가면 또 하루 종일 더운 방에서 뒹굴대다 말 거 같아 정독으로 오는 길에 시간이 남아 안국역에서 반대방향 인사동 골목길로 접어들어 故 채상병시인의 歸天을 지나 시가연 앞으로 나가 좌로 돌아 주욱 내려가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 전시장이고 가게고 문들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미술관까지 가서 역시 문을 열 기미도 보이지 않아 설촌이라는 분 민화전시도 못 보고 가던 길 돌아 정독으로 와서 컴 앞에 앉아 일기를 올리고 있다.

오늘 걸으며 든 생각 몇년을 벼르고 별러 장만한 중고 구형 DSLR 카메라를 4년을 싱크대 선반에 보관만 하고 있는데 내려서 먼지도 털어 내고 사용법을 숙지해 오십견이 가라앉으면 양수리든 동인천이든 전철이 연결된 연천이든 사진 그리러 다녀야겠다. 사 년 전 구매를 하고 몇 번 들고 다닐 때는 혹여 남들이 웃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고 그제야 보니 젊은이들은 신형으로 작고 가벼워 보이고 폼나는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 조금 창피하기도 해서 더 가지고 다니지를 않았다. 웃기는 늘근소년이고 말로만 소년이고 싶은 꼰대짬뽕이다. 그걸 장만하느라 마누라 눈치 보고 자금도 마지막 실업급여 중 조기 재취업수당으로 큰맘 먹고 장만해 놓고 말이다. 

어제 근무날은 혼자라 누구 눈치도 일도 없어 더 그랬는지 감기기운도 오십견 통증도 견디기가 힘들어 혼자 눈물을 질질댔는데 오늘 아침 일부러 시내 나들이를 하니 외려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 다행이다.

그리고 유일한 소일거리이자 지난 꿈의 되새김인 일기와 SNS가 그나마 나를 지탱하는 힘인데 숙소에서는 오로지 폰으로만 연결이 되어 사용시간이 과한게 흠이다. 사용시간을 줄여야 한다만 이번 근무지도 세대가 아주 작아 신문 보는 이가 없어 신문도 없고. 비번 날 도서관이 아니면 요즘은 신문 볼 기회도 없어 더하다. 그리고 옥탑에서 가까운 동작도서관 수리 작업이 너무 길어 아쉬운데 작년 연말부터 유월말까지이니 조금 기다리자.

이제 간행물실로 가서 어제 발행된 조선일보 토요판 `아무튼 주말`을 보러 가자. 진보타령 하는자들의 조중동 어쩌고는 너희들만의 건방이고 우리는 어준이나 진우, 아 그 입큰 제동이만큼은 세상을 읽고 사니 그런 줄 알아라.

 

- 2024. 6. 16 요즘 뜨겁던 햇볕이 조금 가라앉은 정독도서관에서. "연희 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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