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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846)

 

 

 

비가 며칠째 계속 내린다.

 

어제 얼마만에 김포공항 부근 송정역에 다녀 왔다. 홍대입구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집안 형을

만나 5호선으로 환승 한 정거장을 가 송정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 빈대떡과 막걸리를 파는 술집들이 모인

골목으로 들어 섰다. 나는 처음이고 형이 몇번을 왔던 곳이라 문이 열린 집에 들어 가니 한좌석 일행이 있고 우리

가 두번째 손님이었다.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만나 안주도 나오기 전부터 이 얘기 저 얘

기 나누며 소주를 들이키기 시작 안주가 나오고 먹다 보니 내가 좋아 하는 양념게장이 아니었던 기억이 나고 얘

기에 취하고 소주에 취해 나중에 남으면 내가 싸가지고 간다 하고는 그냥 나오고 말았다. 둘이 한낮에 세병을 비

웠으니 반병 일홉이 정량인 나는 다른 때 같으면 아마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을 텐데 그래도 잘 돌아와 신촌에서

마눌을 만나 차도 한잔하고 이른 저녁도 먹고 처소로 돌아왔다.

 

어제 만난 형도 집에서 장남이고 나도 그런데 나는 손위 누이가 여럿이지만 그 형은 정말 맏이고 장남인데 어려

서 낳아준 엄마를 잃고 새엄마를 맞아 자란 공통점이 있어 처지가 비슷해 내가 가끔이라도 전화를 해서 소통을

하고 있다. 형은 원래 말도 없고 내성적이라 먼저 연락은 없었지만 내가래도 안부를 전하면 좋은거 아닌가. 어제

나보다는 형을 조금이라도 위로 하고 싶어 만남을 가졌는데 잘 생각했다 싶은 마음이다. 서운하게 생각보다 상대

편을 이해 하려는 마음이 형의 성격을 보여 주었고 그래 천만다행이라 여겨졌다.

세상에 나를 위해 마음쓰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아무리 둘러 봐도 마음 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슬프다.

 

요즘 한동안 뉴스를 장식하던 술마시다 익사한 대학생과 살아 남아 곤경을 치르는 친구와 그 부모들의 처지가 딱

하다. 처음에는 익사를 한 학생의 아버지가 주장하는 위주로 언론에 도배를 하다시피하고 살아 남은 학생쪽은 입

을 다물어 내가 보기에도 이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학생네를 의심할 정황도 드러나는게 없고 드디어 그쪽에

서 변호인의 입을 빌려 상황설명을 했는데 그런 사정도 있었구나, 그 학생이나 부모들도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

이해가 된다. 고인이 된 학생이 있으니 할말도 참아 가며 대처를 한게 외려 짠하다. 부디 잘 밝혀져 살아 남은 학

생이라도 평생 지울수 없는 고통이라도 이겨 내고 친구몫까지 살아 가기를 바란다.

 

임기말이라고 전임들의 말년을 복사하듯 맞이 하는 현직이 제발 잘 사고하고 행동해 다시는 전직들의 비극이 없

기를 바란다. 

내 또래라 더 하다.

 

-2021. 5. 17. 오일칠이라 부르는 오늘 41년이 지났다. "연희 나그네"-

 

D + 3,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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