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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 어이 없는 폭력.

 

 

 

어제 삼청동 순례를 하는 동안 점포임대가 붙은 가게가 줄줄이 이어져 큰일이구나 느끼고 돌아와

집으로 가던길에 동교동 삼거리 채소 싸게 파는 가게에서 대파와 도토리묵을 사면서 얼갈이 배추

상태는 별로지만 그래도 천원씩 두단을 사서 집에들러 점심을 먹고 숙소로 가지고 가서 세번 씻어

절여 놓고 새벽에 다시 씻어 낑낑대고 아침 출근길에 가지고 왔다. 교대하며 생각이 나서 기계실

샤워장 씽크대가 있는 곳 벽에 걸어 놓은 빨간고무대야는 무슨 용도로 쓰느냐, 발씻을 때 쓴다는

얘기에 숨이 턱 막히는걸 참고 두어번 거기에 김치를 버무렸다 알았으니 퇴근하라 하고는 기가 막

혀 한참을 그냥 있다 그래 오늘이라도 물어 본게 다행이다 하고 명동역에 있는 다이소에 용기를 사

러 갔는데 개장시간이 안돼 돌아 왔다 열두시가 다되어 다시 가 E/V를 타고 지상으로 오르던중 뒤

에 탄 두 여인이 중국어로 크게 얘기를 하길래 잠깐 돌아 보고 말았는데 지상에 다다를 즈음 더 큰

소리로 뭐라 해 느낌이 이상해 돌아 봤더니 나를 쳐다보면서 소리를 지르는거다. 나에게 뭐라는거

냐 그렇다 는거다. 아니 왜 뭐라냐 내가 뭐라 했는데 어디서 소리를 지르냐, 남의 나라에 왔으면 조

용히 지내야지 어디서 소리를 지르냐 했더니 그제서야 아뭇소리 못하고 앞서 가기 시작을 했다. 그

건 오늘 분란의 시작에 불과 했고 삼천원짜리 다용도 플라스틱 통을 하나 사서 다시 명동역으로 내

려와 승강장에 앉아 통신회사 114에 전화해서 무얼 묻느라 아마도 마스크를 내리고 통화를 했는데

주위에 승객도 별로 없어 신경을 안쓰고 통화가 끝나 다시 쓰고 앉아 있는데 갑짜기 역직원 남녀 두

명이 와서 선생님 마스크를 안쓰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 와서 왔는데 쓰고 계시네요 무슨 소리냐 쓰

고 있었다 하는 순간 어디서 젊은 청년이 다가 오더니 저분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가 계속

지켜 봤는데 벗고 있었다고 크게 얘기를 했다. 그래 직원에게 아마 내가 지금 통화를 하느라 아래로

내린 모양인데 이거 지나친거 아니냐 나도 똑바로 사는 사람이다 하고 말았다. 자 그럼 그 정도면 그

냥 돌아 가면 되는데 그 청년이 계속 거짓말을 했다고 물고 늘어 지길래 뭘 어쩌라는 거냐, 직원들이

그냥 사과하고 가세요 해 이게 사과할 일이냐 그만 가겠다 하니 그 ㄴ ㅓ ㅁ이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해서 그래 해라 일어 서며 개자식이네 하니 앞을 막아 서고 시끄러워 지고 직원이 신고를 해서 결국

명동파출소, 70년대 우리들이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을 피하느라 돌아서 다니든 그 곳에 가서 경찰

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그 ㄴ ㅓ ㅁ에게 나도 사과를 못하겠다 마음대로 하고 네가 모

욕죄롤 고소를 하면 나도 너를 모욕죄와 불법 촬영죄로 고소를 하겠다 진술서를 쓰고 돌아 왔다.

 

시간이 두어 시간 지나고 점심도 거르고 도대체 이게 세상에 무슨 망신인가 기가 막혔다. 나도 자식이

아들이 있어 나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 남의 자식 웬만하면 뭐라 못하는데 참 한심한 꼬라지

를 다 보고 말았다.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안썼던지 제대로 안썼으면 모를까 사람없는 승강장에서 전

화 통화 하느라 내리고 있는걸 지켜보다 신고를 하는 경우를 정상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고 오늘 두

번의 못된 젊은 폭력을 당하고 나니 세상이 참담해진다. 월말 정기 검침도 하는 날이라 세시가 넘어

겨우 시작해 네시반에 끝내고 그제서야 김치 버무리고 점심겸 저녁을 먹고 몸을 뉘었는데 좀 전 10:37

분에 세대내 연기감지기 오작동이 나서 화재경보가 나고 23:04분이 되어 상황종료가 되었다. 오늘 참

징하게 지나 갔다.

 

이제 시월의 마지막날로 들어 섰다.

먹고 사는게 이리 힘들다. 늙으막에.

 

-2020. 10. 31. 00:13 안식일인데 온라인 예배로 갈음해야지. "연희 나그네"-

 

 

D + 2,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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