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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ㅇ 손으로 쓰는 글씨에 대한 "소고"

         
 

            

 
  1976년 10월 18일, 초가을로 접어 들어 아침 저녁이면 쌀ㅆ해서 긴팔 옷을 입기 시작하던 그날
왕십리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 천여명의 장정(입대후,군복으로 갈아 입기전의 젊은이들) 들이 모여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군대생활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떨고, 주체할 수 없는 공포까지 밀려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여 가족과 친구들과 헤어져 왕십리역에서 출발하는
군용열차에 몸을 싣고 논산 제2훈련소로 떠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강철교를 지날 때 우리를 인솔
하던 조교가 전부 일어서를 시키더니 강을 건널 때까지 고개를 숙이라고 해서 밖을 쳐다 보지 못했는데
지금도 잘모르겠습니다. 하나 유추해지는 이유라면 서울이 고향인 병력이었기 때문에 강물을 바라 보면
떠나는 집과 고향생각이 더 날거 같아 그렇게 시키지를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는 75년도 군번이어야 하는데 딸셋을 낳고 저를 보신 아버지께서 군대를 조금 늦게 보내신다고
출생신고를 1년 늦게 하셔서 입대가 1년 늦어 졌는데 학교는 우리나이 일곱살에 일찍 보내서 만5세에
국민학교에 들어 갔음)

  제가 오늘 케ㅋ묵은 군대얘기를 꺼내는 것은 다름아닌 손으로 쓰는(예전엔 당연했던)글씨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논산에서 6주동안 훈련을 마치고 12월 초순경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 용산에 있던
"용사의집"에 새벽에 도착 더블백위에 쭈구리고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날이 새고 나서 세칸짜리
경원선열차를 타고 의정부 망월사역으로 가서 역 바로 앞에 있던(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섬) 101 보충대로
갔습니다. 다시 그 곳에서 일주일 을 보내고(다른 병력들은 먼저 배출) 간 곳이 당시 양평에 주둔했던 5사단
(당시 사단장이 돌아간 김복동장군)신병교육대(용문)였습니다. 그 곳에서 77년 정초를 보내고 팔려(ㅎ)간곳이
양평읍내에서 가까운 공병대ㄷ였지요. 대ㄷ일종계가 부식수령길에 우리를 거둬 태워 와서는 인사과가 아닌
작전과에 내려 놓아서 군번 하나 빨라 저하고 수용연대부터 한 내무반생활을 했던 동기녀석과 같이 사무실에
들어 서니 인상좋은 일병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는데 나중 알고보니 그 사무실에 신병이 필요한 상황이라
우리를 반겼던 겁니다. 글씨를 써 보라길래 저는 잘 못쓴다고 빠졌으나 동기녀석이 얼른 쓰겠다고 다가서니
너도 써보라고 해서 같이 썼는데 제가 보기에도 둘다 잘쓰는 글씨는 아니었으나 밉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해서
두 명 모두 행정병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친구는 교육계 조수로 저는 공병장비계(원래는 장기하사가 맡음)
조수가 되었습니다. 하는일은 사단내 공병장비의 행정상의 관리와 3군사령부로 보내는 공문작성이 주된 임무였지요.
   그래서 잘 쓰지는 못하는 글씨였지만 손글씨와의 인연이 시작되어 그 당시에는 컴이 없고 한글타자를 사용했는데 그 것도 제일 위의 성안지 한장만 타자로 치고 속 내용은 몇장이더라도 먹지를 깔고(다섯장까지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배웠던 군대행정을 이 근래 십여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유용하게 써먹고 요즘은 블로그 운영에 빠져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러 사정상 제대후에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서 군에서 배운 행정을 별로 쓸데가 없었는데 이제 말년에 이렇게라도 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희 세대는 중학교에 진학하면 잉크를 찍어 쓰는 펜글씨를 배웠기 때문에 아주 악필이 아니면 기본적인 손글씨(당시엔 손글씨란 말도 없었음)는 쓸줄 알지요.
  요즘 학생들은 펜자체를 소지하지 않고 다니더군요. 제가 가끔 펜이 필요해서 주위 학생들에게 빌리려 하면 거의 전부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컴이 좋고 모바일이 발달을 해도 기본적인 글씨는 손으로 쓸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아들녀석은 펜글씨에 관심이 있어서 가끔 보면 연습을 하는 거 같은데.
  각설하고, 혹자는 무슨 이 바쁜 시대에 한가한 소리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한 번쯤 생각을 가눠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무덥습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여름을 맞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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