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퇴근하면서 어제 아침, 오늘 아침 교대할 때 교대자의 쓴소리에 나도 어제 하루 종일과 저녁 내내, 그리고 오늘 교대 전에도 신경이 쓰였어도 며칠 전 마음먹은 대로 좋은 마음으로 지내기 위해 문자로 보내겠다 했지만 자기는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은 사람이라고 해서 더 대꾸하지 않고 김주임이 내게 이렇게 할 입장은 아니라고 하고 나왔다. 착잡한 심정으로 옥탑으로 가는 동안 그래 살아온 환경이나 성격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입사시기도 다르니 다른 점이야 그렇다지만 보통 우리 업종이나 업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정도는 서로 해야 하는데 그도 지키지 않으면서 30년 운운 하질 않나 여기 법에 따르라는 말들이나 한다. 그 얘기는 먼저 온 사람에 대한 예의를 얘기하는 것이지 일의 순서나 방법 등등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업무에 대한 기본도 모르고 바로잡는 걸 가지고 그냥 두라고 우겨대는 꼴들을 보면 기가 막히지만 그들도 나처럼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니 어쩌랴. 기본 문서기록도 틀리는 걸 보고 소위 결재권자들이나 그 서류를 볼 사람들에게 창피하고 답답하다. 나는 내 주장도 강하지만 일반적으로 틀린 주장은 하지 않고 동료들의 방법이나 생각이 옳으면 두말도 안 하고 인정하고 따르고 또 내가 생각도 못한 좋은 방법이면 칭찬도 아끼지 않는데 특히 여기 교대자와 우리와 같은 직급이지만 삼 년여 근무하고 삼인 교대에서 두 사람 맞교대로 바꾸고 주 5일 근무를 한다고 누가 붙여 주었는지 대리라고 하는 이의 개인고집이 나를 힘들게 한다. 문제는 어디고 어떤 종류의 억지나 불편함이 있지만 견디기가 어느 정도인가가 차이다. 여기는 비교적 일도 적고 민원도 적고 인사권자인 실장이 외려 자기주장을 덜해 그나마 견디고 웬만하면 같이 근무하자고 해서 최근 근무 중 제일 오래 100일을 견디고 있다. 지난주 내게 자기 고집대로 행동을 해서 결국은 나의 반항을 불렀던 주간근무자가 휴가를 끝내고 내일 출근을 하는데 분위기를 봐서 대응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서로 할 얘기도 해서 맞출 수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오늘은 비교적 아침 기온도 내려 갔고 옥탑 주위 재개발현장 터파기도 쉬는 날이라 종일 쉴 수도 있었지만 이른 점심 겸 아침을 먹으며 반주 한잔을 하고 한잠 하고 일어났더니 기온도 올라갔고 그냥 지내면 또 한잔을 하고 보낼 것 같아 라면 한 개 끓여 먹고 나와 내 서재로 왔다. 내 서재 내 자리, 마포평생학습관 4층 디지털자료실 창가의 인터넷 5번 자리.
오늘은 휴일이라 평일 6시 마감시간이 5시까지다. 늘 하는 얘기 서울에 이런 시설이 여러 군데 있는 게 시민들에게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자랐던 6,70년대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집집마다 공부방은커녕 방마다 같이 자야하는 식구들이 여럿이었고 식구가 더 많은 경우에는 서로 발을 보고 지그재그로 자기도 해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들은 사설독서실 이용을 했고 잠 안 오는 약들을 먹고 시험공부를 했지만 나는 어느 경우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쓰면서도 창피하다. 그 좋은 시절을 그렇게 허무하게 낭비한 죗값을 톡톡히 받고 있다. 제발 아니기를 바랐던 자식도 닮았고.
어제 하루 종일 전화도 받지 않았던 마나님께서 지금보니 톡을 보내 신촌현대백화점 보관함에 반찬을 보관했다는 톡이 와있다. 슬픈 늘근소년의 일상이다.
참선수양을 하기로 했지.
- 2024. 9. 8 일요일 오후에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연희 나그네" -
D + 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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