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3)
그렇게 이학년을 보내고 1971년에 삼학년이 됩니다.
실업계, 공업고등학교에서는 삼학년 여름방학 무렵이 되면 전공과목에 따라
실습을 나가게 되는데 교과성적이나 학교생활의 성실도에 따라 실습을 나가는
순서나 실습지가 정해지지요. 그러니 좋은 회사나 작업장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각 과의 선생님들께 잘 보인 학생들이 먼저 나가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뒤로
밀리거나 실습자체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 저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데 지금 병원에 계신 엄마가 학교에를 가서
과장선생님을 만나고 나서야 지금 영등포시장 부근 경원사우나(당시에는 극장)옆
4층건물(지금도 있음)의 3층에 있던 `우주건축`이라는 설계사무소로 실습을 나가게
됩니다. 주로 주택의 설계를 해서 구청에 제출해 건축허가를 받는 이른바 `허갓방`
인데 그도 건축사면허를 딴 선배의 이름으로 동기가 차린 사무소였으니 열악하기
이를데 없는, 주택허가 신청이 들어 오면 기존의 설계도면을 비슷하게 바꿔서
청사진을 떠서 허가신청을 하고 구청 담당 직원에게는 미리 봉투를 마련해서
열여덟 고3학생인 제가 가서 전달을 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의 우리집은 아버지 직장을 따라 성북구 하월곡동의 조그만 종이공장의 한옥
사택에 살때라 대방동의 학교도 멀었고 실습을 나간 설계사무소도 멀어서 종종
귀가를 하지 않고 그곳에서 자거나 신길동 고향의 친구네로 가기도 하였는데 당시에는
전화도 귀하던 시절이니 처음에는 집에서 얼마나 걱정을 하셨겠는지 부모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지요. 아마 그 때부터 방랑끼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 그건 죄송한 얘기지만
돌아 가신 할아버지께 물려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소싯적에 어린
삼남매와 젊은 할머니를 집에 두고 당신의 아버지가 무서워서 집을 나가 우리 아버지를
여덟살부터 할머니와 누이 남동생을 벌어 멱여야 하는 고생을 하게 만든분이거든요.
- 중략 -
-2017.12.1. 마포 평생학습관에서 "방랑자"-
D +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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