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파주 운정에서 부인명의로 노인요양원(할머니 아홉 분)을 운영하는 친구네를 지난 3월에 다녀가고 오늘에서야 왔다. 전에는 가끔 왔었는데 병세가 심해져 보는 게 딱하고 나도 사는 게 점점 힘이 들어 못 오다 날이 점점 추워져 오늘 아침퇴근하고 더 춥기 전에 다녀오자고 홍대입구역에서 경의중앙선을 갈아타고 왔는데 친구가 아프기 전에는 친구차로 여기저기 나를 태우고 다녀 구경을 잘했었다. 벌써 오 년이 지난 2018에 근무력증이 발병 서서히 체력을 잃더니 이제 요양원 살림집안에서도 휠체어에 앉아 지내고 있다. 그전에는 밤에 할머님들을 지키는 일을 오래 했는데 오늘 물으니 얼마 전부터는 그 일도 못한다고 한다.
요즘은 몸이라도 건강해 벌어 먹는 내가 저보다 낫다고 하는데 그렇다 아니다 할 수도 없고 딱하다. 그래 몸이라도 내 맘대로 움직여 벌어먹는 내가 나을지라도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지낸 친구라 뭐라 위로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부인이 능력이 있고 아들도 진작 장가를 가서 손녀가 벌써 6학년에 회장이라니 할머니를 닮았나 보다. 우리들 친구들이 열심히 살아 은퇴하고 쉬엄쉬엄 사는 친구들이 있고 일찍이 병이 들어 먼저 간 친구들도 있고 나처럼 지금도 자신이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래 내가 움직여 식구들 먹고 사니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겠지. 행복의 기준은 각자 개인마다 모두 다르니 생각하기 나름일 수도.
이곳에 올때면 운정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 오는데 서울과 다르게 시내버스가 다니는 운행시간의 간격이 멀고 오늘도 점심식사를 한다고 역 앞에 두대가 서서 대기 중인걸 보면서 삼십 분 만에 타고 들어 왔다. 아마도 자차가 없는 성인들이나 학생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어쩌다 와서 타는 나는 참을 수밖에. 이래 저래 사람들이 서울로 몰릴 수밖에 없지.
이제 얼굴봤으니 돌아 가자. 여기 오늘 김장을 하는데 더 있어야 거추장스럽고 도울일도 아니고 그만 올라 가자.
- 2023. 11. 12 파주 운정 `은행재요양원`에서 "연희나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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