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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일기

#. 연희동 일기(895)

 

 

 

내 숙소에 컴을 놓아 주기로 한지 수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장만을 못해 이렇게 내 서재인 도서관 신세를

지고 다닌다. 물론 꼭 컴이 아니라도 여기에 오면 취업시장에 내 몰린 젊은 청춘들의 몸부림도 보게 되고

또래 나이든 분들의 배우려는 열정에 감동도 받는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전에 이곳에 와서 그나마 컴도 못

쓰고 하루 종일 신문을 쌓아 놓고 정독을 하고, 디지털자료실이 문을 닫는 여섯시 이후에는 아래층으로 옮

겨 역시 신문을 보시던 아주머니 생각도 난다. 아주 노숙은 아닌거 같고 그렇다고 일반인 같지도 않던 그

분을 처음에는 합정동 대형마트 식당의 좌석에서도 보았는데 그 뒤로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건강하신

지 걱정이 된다. 그 분들이나 길거리 노숙인들 보다 나는 훨 자유로우니 마눌의 잔소리도 자장가로 들어야

할까,

 

평생 장롱면허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는 불편한 것도 많지만 대신 남들이 차를 몰고 다니며 놓치

는 세상사를 더 많이 보고 다닌다. 아침에는 쬐그만 어깨에 제 몸만한 배낭을 메고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끌려 기저귀로 더 통통해진 궁둥이를 흔들고 어린이집에 가는 작은 아이들, 그리고 벌써 처녀나 청년티

가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역시 엄마손에 이끌려 가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 교복치마를 아주 짧고

타이트하게 입은 여고생들을 보며 젊은 남선생님들 눈길을 어디로 줄까 하는 씰데 없지 않은 생각도 하고 출

근하느라 바쁘게 가는 젊은이들도 눈에 담고 퇴근길을 즐긴다. 반대로 출근하는 아침에는 버스를 타면 입구

를 가로막고 폰을 보는 젊은이들과 지하철 출입문에 가로로 버티고 서서 타고 내리는 이들에게 불편을 주는

이들 그리고 그 복잡한 차안에서 폰을 들고 영상을 보느라 앞사람이나 뒷사람에게 불쾌감을 안겨 주는 젊은

이들이 많지만 늘 하는 얘기 공중도덕을 가르치기는 커녕 내 자식이 최고이고 내 자식은 누가 건드리면 절대

안된다고 가르친 우리 세대 부모들의 잘못이니 그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오늘도 퇴근을 하고 독립문을 지나 영천시장과 금화초교를 지나 서대문 네거리까지 걸으며 여러 장면을 담

고 지하철을 타고 여기 내 서재에 와서 일기를 쓰고 있다. 점심에는 만나 본지 오래된 고교 동창과 만나기로

엊그제 만났던 동창과 약속을 해서 간다. 만나고 싶은 친구나 친지 知人들도 마음만 가지고 살아 아쉬운데 다

른 사람들도 그럴꺼라니 한편으로는 위안도 되고.

 

이제 숙소에 잠깐들러 둘러 보고 약속장소로 가자.

 

- 2021. 10. 초하루 국군의 날에. 국군이여 영원하라. 예비역 병장 "연희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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